A매치 통산 기록은 1승12무18패. 중국 축구는 지난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거둔 3-0 승리 외에 단 한 번도 한국을 꺾지 못했습니다. 무려 28번의 도전 만에 한국을 상대로 고대했던 승리를 거둔 중국이지만 이후 3차례 맞대결에서는 다시 1무2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축구의 ‘공한증’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축구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굴기(일으켜 세움)’ 정책으로 중국 슈퍼리그는 전 세계 축구선수 이적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은퇴를 앞둔 유명 선수가 중국 슈퍼리그 무대를 밟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유럽과 남미 출신의 유명 선수도 중국 클럽으로 이적하고 있습니다.
중국 축구대표팀도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자국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지도자 마르셀로 리피 감독을 선임해 중국 축구의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리피 감독은 앞서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에서 자국 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경험했다는 점에서 중국 축구계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중국 축구계는 창사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이겨보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만든 중국 현지 언론도 한국을 꺾을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과연 그들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요.
이 기자는 “최근 중국에는 이번만큼은 한국을 꺾을 수 있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면서 “리피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나서는 더욱 그런 분위기가 커졌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은 사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랫동안 두 나라 축구대표팀을 지켜본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중국 축구는 여전히 한국 축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한 이 기자는 “솔직히 말하면 이번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패한다면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대가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축구협회는 당초 한국과 홈 경기를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 쿤밍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의 특성상 원정팀의 열세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카타르와 최종예선 5차전이 0-0 무승부로 끝나자 경기장을 창사로 변경했습니다.
중국 내륙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는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도시입니다. 마오쩌둥의 고향인 샹탄이 인접한 데다 그의 정치활동의 시발점이 바로 창사이기 때문입니다.
창사는 정치적인 의미뿐 아니라 중국 축구에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 도시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열린 8차례 A매치에서 4승4무를 거둬 ‘중국 축구의 성지(國足福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는 믿음에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까지 2무3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며 ‘공한증’을 깨는 동시에 ‘창사 무패’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분명한 의지입니다.
과연 리피 감독을 선임한 중국 축구는 ‘중국 축구의 성지’에서 ‘공한증’을 깨고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통산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희망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