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슴 아린, 슬픈 이야기'…그날의 기억

세월호가 참사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선원들이 세월호에 고박작업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선체가 마침내 1073일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슬픈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2014년 4월 15일 밤 9시 인천항을 출발한 여객선 세월호는 평소처럼 최고 21노트, 시속 38㎞의 속도로 제주도로 향했다.

여객선 안에는 모두 476명이 타고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길에 나섰던 단원고 2학년 학생과 교사 340명과 아버지와 아들, 단체 회원 등 일반인 승객과 승무원 136명도 동행하고 있었다.

단원고 학생들은 인천항을 출발하면서 갑판에 모여 ‘하나 둘, 셋’을 외치며 폭죽을 터트리고, 사진을 찍으며 친구들과 추억 만들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인천항을 출발한 지 11시간 49분이 지난 4월 16일 아침 8시 49분, 간밤에 꿈에서 조차 생각하지 못한 끔직한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여객선이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인 맹골수로에서 옆으로 쓰러지며 바닷물 속으로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엄마, 아빠에게 전송하면서 "무서워", "배가 자꾸 옆으로 기울고 있어", "죽는 것 아니야" 하며 죽음의 공포와 싸웠다.

하지만, 세월호 스피커에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라는 원망스러운 안내방송만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이날 오전 11시 30분 세월호 선체는 뱃머리만 남긴 채 완전히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당초 11시45분으로 예정됐던 제주항 도착 시간을 불과 15분 앞둔 시점이었다.

단원고 학생 254명과 교사 10명, 일반 승객 30명, 승무원 6명, 아르바이트생 4명 등 304명의 안타까운 생명과 함께…

이들 중 단원고 학생 4명, 아빠와아들 2명, 교사 2명, 주부 1명 등 9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미수습자로 남아 있다.

박은미(단원고 2 허다윤 양 엄마)씨는 "세월호안에 우리 아이가 있을 지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며 "어서 빨리 세월호가 육지에 올라와 다윤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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