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 출전한 박정환 9단은 AI 딥젠고에게 역전 흑 불계승했다.
이날 동료 프로 바둑기사들과 함께 대국을 지켜본 이다혜 4단은 CBS노컷뉴스에 "프로 바둑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박정환 9단과 딥젠고의 승부가) 처음에는 만만치 않다가 중반부터 딥젠고에게 아주 유리하게 진행됐다"며 "딥젠고가 거의 이길 수 있는 바둑이었는데, 후반 들어 실수를 연발하면서 박정환 9단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전날 열린 대국에서도 딥젠고는 중국의 미위팅 9단에게 한집 반을 뒤지면서 역전패했다. 이를 두고 이 4단은 "어제 대국 역시 딥젠고가 승리할 수 있는 바둑이었는데, 마찬가지로 후반에 손해를 많이 보면서 졌다"며 "바둑에서 끝내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계산력이 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후반 들어가면 흑이 몇 집, 백이 몇 집이니 누가 몇 집 이기고 있다는 형세 판단이 중요하다. 어떤 자리는 몇 집의 가치가 있고, 다른 곳은 몇 집의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해서 가치가 큰 순으로 바둑을 둬야 한다. 딥젠고는 이러한 형세 판단이 약하다."
'딥젠고와 알파고의 실력 차를 비교해 달라'는 물음에 이 4단은 "프로 기사들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알파고는 약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딥젠고의 경우 초반 흐름은 정상급 프로 기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면서도 "오늘도, 어제도 중반까지는 중반까지는 딥젠고가 유리했는데, 결국 후반 들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알파고의 경우 계속 유리함을 유지하기 때문에 역전패를 당하는 일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정상급 프로 기사들이 볼 때, 알파고가 세계 정상급이라면 딥젠고는 한국 랭킹 10위권 수준"이라며 말을 이었다.
"박정환 9단은 40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기를 '내가 흑을 잡고 덤을 주지 않아야 알파고와 비슷하게 둘 수 있다'고 한다. 바둑은 흑이 먼저 두는 만큼 상대에게 6.5집의 덤을 제공하는데, 그 덤을 주지 않아야 대등하게 둘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딥젠고의 경우 한국 바둑 랭킹 10위권 안에는 들겠지만 최정상급 수준은 아니다."
이 4단은 "박정환 9단의 오늘 경기는 실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AI와 둔다는 데 심적 부담이 있었는지 중반에 확실히 안 좋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치열하게 잘 둬서 역전했다. AI와 둬서 이긴 만큼 오늘 바둑은 박 9단 개인에게도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