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쪽잠자며 돈 벌었지만'…생활고에 분유 훔친 30대

울산의 한 백화점에서 아동복을 훔쳐 달아나는 A씨의 모습. (사진=울산 남부경찰서 제공)
차에서 쪽잠을 자며 딸 셋의 양육비를 벌던 30대 가장이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6살 난 쌍둥이 딸과 3살 난 딸 등 자녀 3명을 키우고 있는 A(37)씨는 지난 2014년 말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쌍둥이 딸 가운데 한명이 척추가 휘어 장기를 압박하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것.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전 세계에서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이 병을 고칠 병원은 없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A씨는 아이의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셋째까지 태어나면서 A씨의 형편은 급격히 어려워졌다.

부산의 소규모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A씨는 수개월 전부터 월급이 올라 230만 원을 벌었지만 생활비는 언제나 모자랐다.

전라도 처가에 아내와 아이들을 맡겨두고 여관에서 생활했던 그는 한달 20만 원 남짓한 여관비마저 아끼기 위해 얼마 전부터는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하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A씨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아내에게 선물할 점퍼를 훔친 A씨는 같은 달 대형마트에서 막내에게 줄 분유와 기저귀를 또다시 훔쳤다.

이어 창원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선풍기와 할아버지에게 선물할 담배도 훔쳤다. 울산의 한 백화점에서는 점원의 주의가 소홀한 틈을 타 아동복을 들고 달아나기도 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A씨는 13차례에 걸쳐 약 420만 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상습절도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

다만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A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그를 돕겠다는 독지가의 전화가 2통 걸려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범행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한 A씨가 도움을 정중히 사양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갑에 한푼도 없는 A씨를 위해 담당 형사가 부산으로 돌아갈 차표를 마련해주고, 적은 액수지만 돈을 주기도 했다"며 "분명히 죄를 지었지만 A씨의 형편을 고려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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