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앞두고 결전의 장소인 중국 창사에서 만난 공격수 김신욱(전북)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밝은 모습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국 출국을 앞두고 평소 유지했던 모히칸 스타일의 머리카락을 밝은 녹색으로 염색해 멀리서도 한눈에 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 김신욱의 위치는 ‘플랜B’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밝힌 부분이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슈틸리케 감독은 “플랜A가 선발, 플랜B가 후보라는 의미는 아니다. 두 개의 옵션이라는 뜻”이라고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지만 김신욱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3경기에 모두 교체 투입으로만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21일(한국시각) 대표팀 숙소인 중국 창사의 캠핀스키호텔에서 만난 김신욱은 “소속팀에서는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출전 시간도 많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대표팀에서는 교체 출전이 많기 때문에 골보다는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하고, 동료에 공을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면 계속 그렇게 하겠지만 앞으로는 골을 넣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올 경기가 평가전처럼 여유가 있는 경기라면 골 욕심을 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매 경기 월드컵 본선을 가느냐 못 가느냐가 걸려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린 경기이기 때문에 내 욕심은 뒤로 미루고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신욱은 2009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해 올 시즌까지 9시즌 동안 268경기에 출전해 103골을 기록한 수준급 공격수다. 과거 해외리그에서도 눈독을 들였을 만큼 그의 맹활약은 분명 K리그 대표 수준이다.
2016시즌을 앞두고 K리그 데뷔 후 7년간 몸담았던 울산을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은 김신욱은 철저하게 ‘개인’을 포기하고 ‘팀’을 위해 희생했다. 결과는 리그 33경기 출전 7골 2도움. 33경기 가운데 교체 출전한 22경기나 될 정도로 이적 첫해 김신욱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철저하게 전북에 녹아드는데 집중했다.
결국 김신욱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주전으로 우뚝 섰고, 2017시즌은 완전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제 전북의 공격은 김신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K리그에서만 19시즌을 활약한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 성공한 셈이다. 김신욱은 같은 흐름을 대표팀에서도 노리고 있다.
현재 축구대표팀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대표 공격수가 뚜렷하게 없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부산)이라는 ‘원석’을 발견해 큰 신임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입지가 확고한 상황은 아니다. 이에 김신욱은 조용히 자신이 전면에 나설 ‘때’를 기다리고 있다.
김신욱은 “소속팀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기간이 길고, 기회도 많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개인 욕심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경기가 많았다”면서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찾은 만큼 이제는 대표팀에서도 주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전처럼 아시아 수비수들은 충분히 압도할 자신이 있다. 다만 외롭게 고립된다면 단순한 축구를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동료들과 준비 잘하겠다. 약속된 플레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중국전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