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55분쯤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와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느냐',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랐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은 4명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긴 시간 동안 검찰에 머물렀던 탓인지 피곤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1시 40분까지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후 7시간 25분 동안 신문 조서를 읽으며 자신의 진술을 재확인했다.
당초 검찰이 가급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한 차례로 마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자정을 넘기며 '마라톤'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박 전 대통령이 '심야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재소환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할지도 고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한웅재 형사8부장과 이원석 특수1부장을 '투톱'으로 내세워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한 부장검사는 11시간 동안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강제출연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뇌물수수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와 청와대 문건 유출 등 13가지 혐의 전반을 두루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 부장검사는 3시간 동안 삼성그룹과 관련된 뇌물수수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취지로 검찰 조사 결과를 자평했다.
손 변호사는 "악의적 오보와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봤다"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시 검사와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결국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의 주장을 최대한 소명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도 파면된 이후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며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