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WBC 부진이 올해 KBO 리그 흥행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3년 3회 WBC 때도 KBO 리그는 관중 동원에 적잖게 영향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 시범경기에는 적잖은 관중이 몰렸다. KIA와 SK의 경기가 열린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올해 최다인 9417명이 몰렸다. 지난해 리그 전체 평균 관중(1만1583명)에 근접한 수치다.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KBO 리그의 팬층이 두터운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KBO 리그는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 역시 최다 관중 신기록을 목표로 한다. KIA와 LG, 롯데 등 인기 구단들의 성적 향상 요인이 있지만 WBC 부진과 조기 대선 등의 변수도 있다. 과연 올 시즌 흥행은 어떻게 될까.
▲국제대회 영향 받았던 KBO 흥행
한국 프로야구는 2000년대 후반 중흥기를 맞았다. 2008년 지난 1995년(540만6374명) 이후 13년 만에 500만 관중(525만6332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09년에는 1995년을 넘어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592만5285명)까지 세웠다.
이런 흥행의 바탕에는 국제대회 성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와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업적이 KBO 리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메이저리그와 일본 등 해외파들이 부진한 것도 한 원인이었지만 국제 무대를 주름잡던 태극전사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렸다. 김경문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현 NC)은 "은행을 가면 야구를 잘 모르는 여성 분들도 알아보시더라"고 당시 야구 열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KBO 리그는 2013년 흥행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제 9구단 NC가 리그에 합류했지만 관중은 644만1945명으로 줄었다. 2012년을 달궜던 박찬호(은퇴), 이승엽(삼성), 김병현 등 해외파들의 복귀 호재가 사라진 탓도 있었지만 WBC 부진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었다. 당시 한국은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쓴잔을 맛보고 귀국했다.
이후 KBO 리그는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다. 2014년 650만9915명에 이어 2015년 736만53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역대 최초로 800만 관중을 넘어서기도 했다. 833만9577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10구단 체제에 따른 경기수 증가 때문이었다. 평균 관중은 1만1583명으로 2012년의 역대 최다였던 1만3451명에 미치지 못했다.
▲'WBC-대선 변수' vs '엘롯기 비상 호재'
올해 KBO 리그는 WBC의 호성적으로 지난해를 넘을 흥행을 기대했지만 일단 악재를 맞았다.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준우승은 고사하고 2013년처럼 2라운드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자칫 2013년처럼 관중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대선이 5월로 앞당겨진 변수도 발생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에 대한 관심이 쏠려 KBO 리그 흥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찾은 팬들의 관심도를 보면 올 시즌도 800만 관중을 넘을 공산이 크다. 특히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KIA와 LG, 롯데 등 이른바 인기 구단들의 전력 보강 요인이 있어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KBO 리그 흥행의 중요한 요소였다.
여기에 '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넥센), 최기광(삼성) 등 신인들과 새 외국 선수들도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은 절치부심 KBO 리그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다.
KBO 관계자는 "이들 팀들이 성적을 내주고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건재하고 또 다른 인기구단인 한화가 5강권 싸움을 해주면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