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명단을 도용당한 청년들은 불만을 표출하며 지지선언 발표자측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고, 지지선언 발표자측은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성재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27)은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청년은 시대교체를 원하고, 이 땅의 청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안희정"이라며 제주청년 1219명의 이름으로 된 지지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이 위원장이 발표한 기자회견문에는 '안희정을 지지하는 제주지역 청년 1219명'의 명단이 모두 공개됐다.
청년 1219명은 당 직책이나 직업, 나이 등은 배제된 채 단순하게 이름만 나열하는 식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명단 일부가 해당인의 동의가 무시된 채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공개한 명단에는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경상대학의 졸업생과 재학생 이름 등이 무더기 발견됐다.
안희정 지지 청년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송 모(28) 씨는 "매우 당황스럽다"며 "실제로 투표를 고민하며 민주당 경선을 신청했는데 전화나 메일, 문자도 없이 이름이 올라간 게 어이가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송 씨는 "실제로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이러한 보여주기식 홍보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이름을 당장 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단에 올라간 오 모(26) 씨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전 전화 등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며 "내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됐고, 내 정보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궁금하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송 씨와 오 씨는 지난 2015년부터 제주가 아닌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름을 도용당한 곽 모(28) 씨도 "굉장히 불쾌하다. 학생이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도용됐던 것 같은데 이건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단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인과 공무원의 이름까지 포함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당 군인은 상부에 '자신은 이름을 넣으라고 허용한 적이 없다'며 보고까지 했다.
제주대 사회과학대학을 졸업해 제주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양 모(27) 씨 또한 "연락조차 받은 적 없고, 심지어 중립을 지켜야 할 상황에서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성재 위원장은 이와 관련,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군인에게 전화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경상대학, 자연대학 등을 비롯해 제주한라대학교, 국제대학교, 관광대학교 학생 이름 등이 포함됐다.
이 위원장은 "명단은 일부 지지자가 함께 컴퓨터로 작성한 것이고, 전화번호와 서명 등을 받았다"고 말했다가 취재가 본격 시작되자 "서명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또 "이름이 올라간 분들에 대해 명단을 빼거나 사과하거나 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에 대해 이해를 해 달라"고 덧붙인 이 씨는 오는 22일 제주에서 열리는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대선 후보 참관인으로 나선다.
안희정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청년을 가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위원장과 함께 지지선언에 나선 신 모 씨는 제주지역 안희정 캠프에 소속돼 있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저는 포함돼 있고, 이성재 위원장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희정 대선캠프 측은 "안희정 후보를 지지한 제주청년들은 자발적인 지지그룹으로 알고 있다. 그 분들이 우리와 연관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