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 24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만 짧게 말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당초 삼성동 자택을 나서면서 대국민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택을 나서자마자 대기 중이던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탑승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검찰청사로 향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와 특정 인터넷언론 인터뷰 등에서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과 각을 세웠다.
또 지난 12일 청와대 관저를 나서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간 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서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자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기조를 바꿨다.
이에 따라 수사에 응하는 모양새는 보이되,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조사에 응하면서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해서도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대가성'이 없었다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이날 ▲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 삼성으로부터 433억 원 뇌물수수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 청와대 문건 유출 등 핵심 쟁점들 위주로 캐물을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사안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지원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익을 위해 선의로 했던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가 이권을 추구하는 배신행위를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고, 두 재단 등으로 인해 사익을 추구한 적도 전혀 없다는 취지다.
삼성과 SK, 롯데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 내용을 비롯한 검찰 수사 내용 전반도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 확보된 물증들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정황이 확실하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기싸움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 두 명이 '족집게 과외'를 통해 제시한 '모범답안'대로 진술할 예정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조사에 두 변호사 모두 동석한다.
박 전 대통령이 당황할 만한 질문이나 정황 증거를 검찰이 제시할 경우에는 변호인 측에서 잠시 중단을 요청하고 전력을 재정비하는 식으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만일 검찰이 '비장의 카드'를 들이밀어 혐의사실을 강력히 추궁할 경우에는 박 전 대통령이 '모르쇠'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청와대 문건 47건을 유출하는 과정이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의 통화 녹음파일 236개에 담겨있기 때문에 검찰에 유리한 상황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사용하는 10층 1001호 조사실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