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특별법' 시행됐지만, 지역 병원에선 '딴 나라 이야기'

지역·병원별 편차 커…수련비용 지원 방안 마련해야

서울 모 대학병원의 전공의 A씨의 정규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나와 환자 인수·인계 정보를 받고, 일을 마치고 정리하면 1시간 정도 더 늦게 퇴근하기도 한다.

야간당직을 서는 날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전공의에게 '출퇴근'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일명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주당 80시간 이하 근무'가 법제화됐고, 병원이 수련근무 지침 매뉴얼을 바꾸면서 혜택을 보는 전공의가 생겼다.

반면 지역이나 영세한 병원 전공의들의 '출퇴근'은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다.

(관련기사 17. 3. 17 충남대병원 응급실 환자 거부 예견된 일…'전공의특별법' 둘러싼 갈등 등)

지역의 한 종합병원 내과 전공의로 근무 중인 B씨.

B씨의 근무시간은 새벽 5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다. 이날은 4시간 정도 잔 셈인데, 이 정도도 많이 잔 편이라고 B씨는 귀띔했다.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지방 병원까지 제도가 정착하지 못했다.

B씨는 "서울의 큰 병원에선 당직만 서주는 전문의를 충원해 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실 우리도 올해부턴 시스템을 바꿔 80시간 이하 근무를 지키라고 했다"며 "말은 당직 시간에 콜을 꺼버리고 전화를 받지 말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고질적인 '인력' 문제도 대두됐는데, 주당 80시간 이하 근무를 지키기 위해 업무 분담을 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 모 병원 내과 같은 경우 3, 40명의 레지던트가 존재하지만, B씨 병원에선 5명의 전공의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씨가 당직을 설 때면 한 번에 150명의 환자를 본다고 했다.

업무량에 고통을 호소하며 일을 그만두는 전공의가 늘고 있고, 모 대학병원에선 올해 내과 전공의가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연차가 빈 것인데, 결국 그 몫은 남은 전공의들이 나눠서 져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국가에서 '전공의 수련 비용'을 지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회장은 "미국처럼 의료가 자본주의적 개념이 있는 곳도 연간 15조 이상을 지원한다"며 "영국과 프랑스도 지원하는데 우리나라만 지금까지 지원을 안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는 공공재라고 강조만 하고 실제 재정 투입은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며 "공공재라면 공공재의 역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가도 책임질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전공의 수련에 대해 손을 놓는 병원도 속출할 것이라고 기 회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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