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2위, 그리고 논란이 컸던 선수 선발. 여기에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도입으로 급격하게 냉각된 한국과 중국의 정치 관계까지.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축구대표팀의 이번 중국 원정은 어느 하나 안정적인 조건이 없었습니다.
특히 중국 내에서 불거진 ‘반한 감정’이 창사 원정을 앞둔 축구대표팀과 축구협회 관계자, 그리고 30여명의 국내 취재진을 출국 전부터 고민에 빠지게 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영업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피부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축구대표팀의 중국 원정에 동행하는 한국 취재진은 출국 전부터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이 경기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 중국 대표팀에 부임한 뒤 치르는 두 나라의 첫 번째 대결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공한증’에서 탈출한다는 분명한 목표까지 세웠다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중국 취재진의 엄청난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경기 직전에야 취재진의 입국을 허락했을 정도로 이번 경기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중국의 격렬한 반한 감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출국 전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걱정은 “요즘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장난 아니라더라. 그러니 몸조심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 도착해보니 저를 포함한 대부분 취재진은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취재진만 약 50명이 찾은 우리 대표팀의 훈련장인 후난인민체육장에서 만난 중국 CCTV의 왕난 기자는 최근 한중 양국이 정치적으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A매치에 대해 “축구는 축구일 뿐 정치와는 별개다. 훗날 이 경기를 회상하게 되면 두 나라가 뜻깊은 시기에 A매치를 치렀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내 ‘정치’와 ‘스포츠’의 분명한 분리 여론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5만5천석 규모의 중국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모든 좌석은 이미 한참 전에 모든 좌석이 팔렸다는 후문입니다. 관중석 가격은 최저 180위안(약 3만원)에서 최고 1000위안(16만원)이 넘어 중국 물가치고는 상당히 비쌌다고는 하지만 일찌감치 모든 입장권이 중국 현지 축구팬에 팔려나가 이 경기를 향한 매우 큰 관심을 분명하게 입증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슈틸리케 감독과 소속팀 일정으로 대표팀 합류가 늦는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제외한 21명의 축구대표팀 선수는 무사히 약 90분가량의 첫날 훈련을 마무리했습니다.
긴장된 두 나라의 관계 탓에 걱정이 컸을 많은 축구팬 모두 걱정하지 마세요. 슈틸리케 감독 이하 축구대표팀은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중국 원정에서 승리하고 시리아전을 위해 귀국하겠다는 분명한 각오를 불태우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