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시범경기에 앞서 "지난해 심판들이 전체적으로 존을 좁게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선수들이 '존이 커졌다'고 느낄 것"이라며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예고했다. 특히 좌우보다 높낮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4일 시작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예년보다 짧아진 2주 간의 일정 중 절반이 지났다. 과연 존 확대에 따른 변화는 일어나고 있을까.
일단 현장에서는 존이 넓어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투수 출신 양상문 LG 감독은 "확실히 존이 넓어졌다"면서 "예전 같으면 볼이 됐을 공, 특히 높은 공을 확실하게 잡아준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높거나 바깥쪽 공이 스트라이크가 된다"면서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이다.
물론 선수들의 타격감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시범경기와 정규리그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렇다 해도 지난해 시범경기 때의 전체 ERA 4.72, 타율 2할7푼보다 떨어진다. ERA는 0.5점 이상 낮아졌다. 시범경기 팀당 평균득점도 4.94에서 4.65로 줄었다.
시범경기의 기록이 그대로 정규리그에 나타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최근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린 지난 세 시즌을 보면 제법 그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지난해만큼 타고투저가 심했던 2014년 시범경기 전체 ERA는 4.83, 타율은 2할6푼4리, 팀당 득점은 5.10이었다. 정규리그 전체 ERA와 타율은 당시 역대 최고인 5.21과 2할8푼9리를 찍었다. 외국인 타자 제도의 부활과 존 확대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다 2015년 타고투저 현상은 조금 주춤했다. 존이 살짝 넓어졌고, 투수들도 외인 타자들에 적응한 면이 있었다. 그해 시범경기 전체 ERA는 3.95, 타율은 2할5푼, 팀당 평균 득점은 4.31로 떨어졌다. 정규리그도 전체 ERA 4.87, 타율 2할8푼이었다. 공교롭게도 그해 한국 야구는 프리미어12에서 일본, 미국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투수들이 유리해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넓다 보니 구속과 구위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반대로 타자들은 더 강해진 공을 공략해야 한다. 존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터에 구위 좋은 공을 때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구가 좋은 투수들은 더 효율적으로 존을 공략할 수 있다.
아직 시범경기는 절반이 남았다. 아직 기록 변화를 논하기에 조금 이를 수 있다. 타자들이 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시점인 까닭이다.
그러나 투수들 역시 낯선 존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같은 조건이라는 것이다. 시범경기, 그리고 절반뿐이지만 어쨌든 올 시즌 KBO 리그에 거품이 빠질 만한 의미있는 변화는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