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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단독] "안전모 못받아서…" 맨몸으로 스크린도어 고치는 정비공" ② '메피아' 전면 퇴출한다더니…슬그머니 복귀 (계속) |
◇ 서울메트로 → 은성PSD → 서울메트로
29명 중 재임용 조건을 수용한 직원은 모두 8명이다. 이에 따라 이들 중 3명은 지하철 운전 업무를, 5명은 역내 사무직 업무를 맡게 됐다.
서울메트로 전적자들은 외주화 이후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은 배제와 차별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존재였다. 전적자들은 외주화 협약 당시 '정년연장, 보수 및 후생복지, 신분과 고용 보장'을 보장받았다.
스린크도어 유지보수 업체였던 은성PSD의 경우 직접 채용된 노동자들이 주6일 근무를 하는 동안 대부분의 전적자들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와 별 관련이 없는 일을 했다.
매달 6억 원이라는 돈이 서울메트로에서 이직한 전적자 58명의 월급으로 편성되는 동안 직접 채용자 64명 전체에 대해서는 단 1억 원이 지급됐던 사실도 드러났다. 일반 직원과 전적자의 월급 차이는 많게는 3배에 달했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전적자들을 많이 데려와야 입찰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전적자가 많아질수록 임금 불평등 구조는 심화했다. 시름이 늘어나는 것은 김 군과 같은 정비공들이었다.
◇ 메피아 퇴출 약속, 결국 공약(空約)
서울시는 지난해 6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적자, 이른바 '메피아'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표현하며 전적자 완전 퇴출 방향을 내놓았다.
당시 182명으로 집계된 전적자 전부를 전면 퇴출하고 직영 전환 후에도 재고용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의 위·수탁 계약서 상 전적자 특혜 조항을 모두 삭제한다고도 밝혔다.
예외는 뒀지만 "60세 이상의 전적자 중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쳤음에도 적격자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한시' 고용하는 방안"이었다.
박 시장은 이같은 '초강수' 대책을 발표하며 "전적자를 직영화 과정에서 다시 채용하지 않는 것을 큰 원칙으로 세우고, 전적자들의 계약 등으로 법적 문제가 있으면 소송의 형태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기자회견 당시 "전적자를 전부 내쫓으면 그것이 또 다른 불이익이 되지 않겠냐"는 취재진의 지적에도 박 시장은 "그럼에도 안전이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공허한 말에 불과했다. 거세지는 시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감언이설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앞에서 한 발표와 달리 서울시 내부, 그리고 서울메트로 간에는 "예외를 둬라"는 말이 오갔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발표 당시에 서울시하고도 얘기가 된 부분"이라며 "원칙적으로 그렇게(재고용) 해서는 안 되지만,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예외는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처음부터 예견됐다. 서울시의회 우형찬 의원은 "전적자 전면 퇴출 방침은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며 "왜 그렇게 '쇼맨십'으로 대책을 발표하느냐고 지적했었다"고 말했다.
◇ 남겨진 '김 군'들의 박탈감
서울메트로 측은 전적자들을 재고용할 때는 서울메트로 근무경력은 물론 은성PSD 등 외주업체 경력까지 인정해줬지만 '안전업무직'이라는 고용형태로 직고용된 정비공들의 경우 외주 업체 경력조차 인정해주지 않았다.
직영화 이전 열차 정비 업체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우리가 더욱 화가 나는 건, 우리의 사경력(외주)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전적자들은 외주 경력까지 모두 챙겨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가 거짓말쟁이인 것"이라며 "구의역 사고 났을 때는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 말을 했는데 제대로 이뤄지는 게 하나도 없으니 이제는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에 재고용된 전적자들은 '메피아'가 아니라 기존에도 열심히 일했던 직원들이기 때문에 원칙과 별개로 예외를 둘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