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진지했다.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 풀 타임 활약했던 그는 3-0까지 앞서다 3-2로 마쳤던 바로 그 경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경기 초반에 터진 상대 자책골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 골을 더해 3-0까지 앞서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첫 단추를 기분 좋게 꿰는 듯했던 한국이지만 후반 중반 이후 연거푸 실점하며 승점 3점을 얻고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던 바로 그 경기다. 당시 지동원은 풀 타임 활약했지만 스스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6개월 뒤 다시 만난 중국. 하지만 이번에는 장소가 중국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더욱이 최근 정치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민감한 가운데 열리는 경기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지만 지동원은 오직 ‘승리’만을 생각한다는 각오다.
이어 “개인보다 팀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비록 소속팀에서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매 경기 출전하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승점 3점만 얻을 수 있다면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팀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공격 포인트도 만들어 보겠다”고 덧붙였다.
지동원이 이번 중국전에 특히 분명한 승리 의지를 선보이는 이유는 분명했다. 안방에서 3골차로 앞서다 연속 실점하며 많은 축구팬에 실망을 안겼다는 미안함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 솔직히 쉬운 상대는 아니다. 우리를 이기겠다는 각오가 대단하지만 절대 겁을 먹지는 않겠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하겠다. 지난 경기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기는 5만5천여석 규모의 허룽 스타디움에 만원 관중이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달라진 중국 축구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동원은 ”상대 관중이 많다고 해서 경기력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관중이 많은 분데스리가에서 계속 경기를 하고 있다. 관중이 많으면 경기할 기분도 나고 더 재미있다. 비록 대표팀에서 좋은 역할을 했던 (손)흥민이는 없지만 좋은 경기력을 가진 다른 동료들과 중국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분명한 자신감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