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MB때 무슨 일 있었나?

자료사진


최근 전북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학생 홍 모양이 현장실습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놓고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는 ▲학교 수업 파행화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현장 ▲현장 교육 부실 ▲취업률 높이기 위한 마구잡이 실습 파견 등등이 손꼽히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참여정부 시절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까지 마련돼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 지침을 폐기해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06년 5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실습이 진로취업의 목적보다는 저임금 노동자를 배출하고 학교 현장의 황폐화를 초래한다며 '전문계고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전문계 고등학교는 3학년 2학기만 되면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정운영이 어렵고, 현장실습을 나가지 않거나 중간에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에 대한 학습지도가 되지 않는 등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또한 현장실습을 교육과정의 하나로 보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해 학생들의 진로와 연계되지 않는 일시적 아르바이트로, 기업은 저임금 단순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기업의 현장실습에 대한 인식 부재와 근로조건 열악으로 실습현장에서 과도한 노동시간, 안전사고, 인권침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오히려 현장실습이 전문계고등학교의 취업률을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결론에 따라 참여정부는 ▲기업 파견형 현장실습 위주였던 '현장실습'을 직업체험, 교내 실습 등으로 다양화하고 ▲파견형일 경우에도 3학년 2학기 수업의 2/3를 이수한 이후 실시하되 졸업 뒤 해당 기업에 취업이 보장된 경우로만 한정하며 ▲경제적 목적의 아르바이트형 현장실습은 금지하는 내용의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비록 파견형 현장실습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관련 단체들은 정상화 방안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정상화 방안이 부조리한 규제로 분류돼 하루 아침에 폐지됐다.

지난 2008년 4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법적 근거도 없는 규제가 양산돼 왔다'며 지방교육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29개 지침을 폐지하는 내용의 '학교자율화 조치'를 발표했다. 29개 가운데는 참여정부 시절의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0 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허용' 등의 일반계 고등학교 이슈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이 폐지되면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는 2006년 이전의 양상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MB정부가 특성화고 취업률 높이기에 매진하면서 현장실습 조기파견, 마구잡이 현장실습, 저임금 단순 아르바이트성 현장실습 등의 각종 부작용이 되살아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경엽 실업교육위원장은 "2006년 정상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현장실습다운 실습이 가능해졌지만 2년 뒤 MB정부에서 자율화조치가 발표되면서 과거로 회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은 파견형 현장실습을 저임금 노동자를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을 하반기에 데려다 쓰는 것을 넘어 이제는 학기초에 전문대생을 데려다 쓰는 것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10월까지는 정상 수업을 하고 11월 준비기간을 거쳐 12월에 현장실습을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활동가는 "3학년 2학기 파견형으로 고착화된 현장실습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한달 정도의 단기간 실습이나 오전 수업, 오후 실습 등 다양한 방식의 현장실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청년들이 선택할만한 질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장실습이 교육의 일환인만큼 이에 걸맞게 현장실습도 전공과 최대한 맞게 하고 취업률과 예산지원도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홍순 직업교육정책과장은 "현재 전공일치도는 80%정도로 도제교육이 활성화된 독일의 60%에 비해 낮은 수치는 결코 아니다"며 "다만 현장실습이 근로 위주로 짜여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근로 위주의) 현장실습을 학습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검토중"이라며 "예를 들면 현장실습 나가서 무엇을 배우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이라고 설명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