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게 되면 성매매방지특별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더구나 '야놀자'는 기존 모텔이 '음침한 러브호텔'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좋은 숙박, 깨끗한 숙박' 업소를 표방하며 급속도로 성장한 국내 대표적인 숙박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인만큼, 파문이 일 전망이다.
◇ 인근 유흥주점과 연계 "2차는 무조건 야자"…손님 주대에 방값 포함
20일 야놀자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호텔야자' 일부 지점에서 유흥업소들과 연계, 성매매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상 5층 규모 건물 4층에 위치한 '호텔야자' C지점은 같은 건물 2층과 3층의 룸살롱, '호텔야자' K지점은 건너편 건물 5층에 위치한 룸살롱과 결탁해 운영하고 있었다.
유흥업소를 찾은 고객이 술값을 지불하면서 성매매 대금 5만원을 내면, 해당 업소 종업원은 같은 건물이나 인근에 있는 호텔야자로 손님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성매매 대금은 호텔야자 방값으로 유흥주점 영수증에 함께 적힌다. 5만원 가운데 1만원은 알선료로 종업원이 챙기고 나머지 4만원은 호텔야자 몫이다.
호텔야자로 직접 고객을 안내했다는 종업원 A씨는 "1년 전 이 건물에 호텔야자가 들어왔을 때부터 2차 손님은 무조건 호텔야자로만 보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손님 주대로 돈을 받으면 룸살롱 이름으로 호텔야자에 결제하고 영수증에도 대실비는 술집에서 낸 것으로 기재된다"고 덧붙였다.
또 호텔야자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사업차 한 술집에 우연히 들렸다가 2차 장소가 호텔야자인 것을 알고 놀랐다"면서 "워낙 좋은 숙박 이미지를 내세운 야놀자 광고를 많이 본 터라 함께 온 지인들도 종업원에게 재차 장소를 되물을 만큼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호텔야자는 숙박 O2O 기업 야놀자의 프랜차이즈 모텔 브랜드다. 펜션, 호텔나우 등 온라인 서비스에 주력하던 야놀자는 2011년부터 H에비뉴, 호텔야자 호텔얌 등 오프라인 모텔 직가맹 사업에 직접 뛰어들면서 급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좋고 깨끗한 숙박' 문화 캠페인을 벌이는 등 모텔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에 힘쓰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매출도 확대하면서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손꼽히는 국내 대표 O2O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프랜차이즈 100호점을 돌파했다. 3월 현재 121호점까지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야놀자가 이처럼 프랜차이즈 호텔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는 동안, 야놀자의 일부 프랜차이즈 모텔은 단속망을 교묘히 피해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면서 매출을 증대하고 있었다.
◇ 가맹점 '슈퍼바이저' 제도 '스마트프론트' 시스템 "성매매 알고도 묵인" 의혹
더 큰 문제는 야놀자 본사 측에서 이같은 불법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 방조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된 것이다.
야놀자는 국내 최초로 모텔 품질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제도를 도입했다. 가맹점마다 담당자가 지정돼 주기적으로 마케팅, 서비스 등을 교육하고 객실점검, 시설 및 물품 관리·감독 등 운영 전반에 본사가 직접 나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호텔야자 지점과 연계된 주점에서 일했던 또 다른 종업원 B씨가 "가맹점에서의 성매매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확신하는 이유다.
그는 "(호텔)야자 직원이 매출 등을 속이지 못하도록 영업일지를 써야 하고, 모텔 후기에 불만이 담긴 글이라도 올라오면 해당 지점 직원들 모두 사유서를 쓰는 등 업무가 많고 까다로워 힘들어 했다"면서 "무엇보다 한 시간에 여러 방에서 손님이 쏟아져나오고, 매출 정산이 본사로 넘어가는데 어떻게 (본사에서) 모르겠냐"고 말했다.
야놀자 전 직원이었던 C씨도 "최근 야놀자에선 '스마트프론트'를 도입해 하루 단위 운영현황을 파악한다"면서 "객실 키를 꽂거나 빼면 손님의 입실, 퇴실 시간을 알 수 있고, 이 기록은 스마트프론트를 통해 본사로도 전송된다"고 증언했다.
보통 대실 손님은 4~5시간 머무르지만, 성매매 손님의 경우엔 1시간 단위로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밤부터 새벽 사이, 특정 시간대에 손님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데 이를 어떻게 모르겠냐"며 오히려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어 한목소리로 "야놀자 본사에서 한 달에 1~2차례 슈퍼바이저를 파견해 본사 공지사항도 전달하고 객실 운영 등도 직접 방문해 관리한다"면서 "모른다거나 일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수 없다는 건 모두 거짓말"이라고 못 박았다.
◇ 야놀자 "성매매 행위 용인될 수 없다"…"편향된 주장" 전면 부인
이에 대해 야놀자 측은 "확인해본 결과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면서 "좋은 숙박 문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만큼 가맹점 계약 시 성매매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안을 두고 상담할 때부터 명확히 한다"면서 전면 부인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성매매 같은 불법 사실이 적발되면 곧바로 계약해지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규모의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도 명시가 된다"며 재차 강조했다.
더구나 "가맹점 창업 초기 인테리어나 물품 구비, 리모델링 등으로 객실당 1000~3000만원이 든다"면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면 이런 비용도 물거품되고 계약 파기에 위약금까지 물면 소위 '파산' 상탠데 이를 감당하면서까지 불법을 자행할 점주는 없다"는 것이다.
슈퍼바이저 제도에 대해선 "이는 직가맹점의 매출 증대를 위해 도입된 것일 뿐 감시 목적이 아니다"라며 "제휴점이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매출이 덜 나오면 증대시킬 수 있도록 각종 마케팅 노하우를 전하는 등 지점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월 2회 이상 낮 시간대 방문이 원칙이고, 청소 상태나 서비스 불친절 등을 점검하고 잘 지켜지지 않았을 때 페널티 등을 매긴다"면서 "(본사가 밤시간대 상황까지 일일이 챙기진 못해도)성매매는 국가에서 정한 법률에 위배되는 사항이라 경찰이 단속을 하지만, 지금까지 적발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맹점 로열티도 월정액으로 받기 때문에 지점 매출이라든지 개인정보를 확인할 이유가 없다"면서 "고객정보 보호 차원에서 일지를 받는 것 자체가 위법이고 제휴점과 관련된 정보가 암호화돼있어서 본사는 열람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 해명'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C씨의 말처럼 야놀자가 자랑하는 '스마트프론트' 제도는 지점에서 굳이 일일이 일지를 안 쓰더라도 특정 시간대 입·퇴실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성매매가 확인된 지점에서만 1년 넘도록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것은 성매매가 일어난다는 알면서도 방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야놀자에서 함께 일했던 D씨는 "가맹점이 입점한 장소부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12년째 국내 숙박업계를 이끌어오면서 전국 입점 지역에 대한 상권 분석부터 사용자 연령대, 이용 시간, 방식 등 각종 빅데이터가 풍부한 야놀자가 이처럼 유흥업소가 밀집돼있는 곳에 프랜차이즈를 연 것부터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성매매가 적발된 C지점 건물에는 룸살롱만 3곳이 있는데 이는 유흥주점과 연계해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들어갔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호텔야자처럼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성매매방지특별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처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영업으로 성매매 알선을 했다면 제19조 2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범죄를 만드는 뿌리라고 보기 때문에 처벌이 무겁다"면서 "성매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성매매가 이뤄진 건물주까지 처벌하고 있고 여기에 범죄 수익금도 환수하고 해당 건물도 몰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