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동지가 아니다' 대선 D-50…독해지는 설전

文 "전두환 표창" 발언에 안캠프·국민의당 맹폭…文 5.18민주화 운동 현장 방문키로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각 당의 경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각 당 주자들이 서로를 정조준하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가운데 이들의 비판은 주제에 따라 '내 편'이 됐다가 '네 편'이 되는 등 물고 물리면서 감정싸움의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말싸움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는다. 적군을 공격하다가도 결국은 한 편인 우리편의 상대 후보에게 비수를 꽂기도 한다. 특히 ‘경선이 곧 본선’이라고 평가받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토론이 횟수를 거듭해 갈수록 가시가 돋치고 심장을 찌르는 듯한 뼈있는 '말폭탄'이 난무하고 있다.·


◇ 文 '전두환 표창' 발언에 安측 "자랑스러운가?"

문재인 전 대표가 19일 열린 5차 TV토론회에 특전사 전투복을 입은 옛사진을 들고 나와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밝히자 안 전 지사 캠프는 물론이고 국민의당도 거세게 공격했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는 경솔한 발언에 대해 광주와 호남 민중들에게 먼저 사과하기 바란다"고 꼬집었고,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 대변인도 "전두환 표창장이라도 흔들어서 애국보수 코스프레라도 할 생각인가 본데, 그렇다고 안보무능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정말로 전두환 표창장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일자 문 후보측 권혁기 부대변인은 "누구보다 국방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를 왜곡하는 행태가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문 전 대표는 20일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탄흔 현장을 방문한다.

말싸움은 당 밖을 넘어서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국민의당과는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발끈해 "실현 불가능한 말로 남의 당 흔들지 마시고 자기 당 비문의원 관리나 잘 하는 게 좋다"고 일침을 가했다.

◇ 경선이 곧 본선…노무현의 적자 간 '양보 없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토론회 초반만 해도 ‘형님’과 ‘아우’하며 서로에 대한 공세를 자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면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간의 설전이 본격화 하고 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문 후보님이 정치에 입문하신 뒤, 당 대표까지 지내는 과정에서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전 대표에까지 모두 당을 떠났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 전 대표의 대규모 인재영입에 대해서도 "문 후보의 등장은 과거 제왕적 대통령의 등장을 똑같이 따라 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선과정에서부터 정당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맏형을 자처하는 문 전 대표도 안 전 지사에 대해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안 지사의 대연정를 문제 삼으며 “(적폐 청산을 해야 하는) 이 시기에 안 지사는 '우리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하지 않고 '경쟁하는 정당, 적폐세력 정당과 연정 할테니 밀어주십시오'라고 한다”고 몰아부쳤다.

◇ '사이다' 이재명…文, 安 향해 거침없이 쌍끌이 공격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이다'라는 별명에 걸맞게 거침없는 입담으로 다른 후보들의 약점이나 피하고 싶은 부분을 파헤친다.

문 전 대표의 '메머드급 자문기구'에 대해 "캠프에 '악성노조' 발언을 한 사람이나 친재벌 등 기득권자들을 대대적으로 모으고 있다. 문 후보의 뿌리는 '기득권 대연정'이 아니냐"고해 말해 문 전 대표 측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또 문 전 대표가 토론을 기피하고 미리 준비된 원고를 읽는다며 "사전 질문에 모범답안을 읽는 학예회식 토론 때문에 박근혜를 골라내지 못했다"며 문 전 대표와 박 전 대표를 토론을 못하는 한 묶음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시장은 안 지사의 대연정에 대해서도 "도둑과 손잡고 도둑질을 없애겠다는 것이자 수술이 힘드니 암과 함께 살아보겠다는 것”이라며 “적폐청산을 바라는 국민을 배신하는 대연정은 대배신”이라고 일축했다.

이 시장의 공격에 대해 문.안 두 후보는 격한 반응을 자제하는 듯했다. 이 시장의 지지율이 3위라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지만 자칫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차 토론회에서는 문 전 대표도 이 시장이 '사드 말바꾸기'라며 비판하자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말꼬리를 잡자면 이재명은 진보 주창하다가 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재벌 해체를 강력히 말하다가 재벌 해체는 없다고 하기도 한다. 말 누가 바꾸냐는 국민이 평가한다"고 맞받아쳤다.

이 시장의 천적은 같은 경기도 지차체장인 최성 고양시장이다. 최 시장은 3차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음주운전 등에 대해 일벌백계를 천명했는데, 자신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며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 시장에게 일격을 가했다. 최 시장은 안 지사의 과거 대선자금 건과 관련해서도 유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같은 당 동지한테 그런 식으로 질문 받을 줄은 몰랐다"는 서운함이 묻어난 반박을 듣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태 의원. (자료사진)
◇ 자유한국 '트럼프 홍' 별명 홍준표, 진박 김진태 거친 입담

자유한국당에서는 ‘막말’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진태 의원이 설전을 벌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19일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을 향해 " “유승민 후보 지지율 1%도 나오지 않는다. (연대하며) 키워줄 거 없이 지긋이 밟고 가자”고 무시했다. 이어 "바른정당 유승민, 김무성과 합친다? 그 당은 합쳐 나가야 할 당이 아니라 없어져야 할 당"이라며 바른정당 후보와의 연대 거부 의사도 분명히 했다.

홍 지사는 사회자가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재판 중인 것과 관련해 '유죄가 선고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하자 “팩트다. 사실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걸 튀는 발언이라고 하는데, 팩트와 튀는 발언을 구분을 못하냐. (막말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며 적반하장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과 홍 지사의 막말의 불똥은 다른 당 주자뿐 아니라 서로에게도 향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자주 찾은 서문시장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는 데 대해 "'박근혜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고 말한 홍 지사가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공을 날렸다.

이에 홍 지사는 "서문시장이 '박근혜 시장'이냐"라며 "참 어이가 없다. 걔(김 의원)는 내 상대가 아니다. 앞으로 애들 얘기는 하지마라. 괜히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고 받아치며 일명 '서문시장 썰전'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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