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경찰, 한인여성 폭행한 한인남성 '증오범죄자'로 초점

국내에선 지지부진…"개념조차 인정하지 않은 탓"

(사진=ABC7뉴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피해자가 여성이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데 초점을 뒀다"

LA 경찰이 한인타운에서 한인 여성을 다짜고짜 둔기로 폭행한 한인 남성에 대해 '증오범죄' 항목이 적용된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한인 남성이 무방비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 사건에 대해 현지 경찰은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가 여성이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끈다.

◇ 한국 여성 맞는지 확인후 둔기 가져와 '폭행'

미국 ABC7뉴스는 "한인타운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망치로 공격당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처음 본 사이였다"고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ABC7은 LA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지난 10일 오후 6시께 한인 남성 양 모(22) 씨가 홀로 서있던 여성에게 다가가 '한국인이냐'고 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 씨는 여성이 한국인이라는 걸 확인하자 망치를 가져왔다. 이어 휴대폰을 보고있던 피해 여성을 수차례 내리쳤다.

피해 여성은 망치에 수차례 맞은 탓에 수많은 상처와 멍이 생겼고, 병원으로 이동됐다. ABC7은 피해자가 현재는 퇴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LA 경찰 데이비드 코왈스키(David Kowalski)는 "우리는 이 사건을 수사할 때 피해자가 여성이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데 초점을 뒀다"며 "양 씨의 행동과 상태를 봤을 때 증오범죄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 국내에도 유사 사례 발생…가해자 "술에 취해 기억 안 나"

뜨거운 추모 열기를 야기했던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로 '혐오범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국내 경찰은 이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송파구·옛 신천역) 인근에서 20대 초반 여성 두 명이 처음 보는 남성에게 커다란 돌에 맞아 피해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A(25) 씨는 치아가 손상·함몰됐고 B(25) 씨는 얼굴 가죽이 4㎝가량 벌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들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큰 돌을 두 손으로 들고온 남성이 갑자기 돌로 (우리를) 내리찍었다"고 설명했다.

같은달 23일 체포된 취업준비생 C 씨는 "(술을 마셔) 필름이 끊겨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C 씨를 조사한 후 "정신병력이나 전과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여성혐오'나 '묻지마 범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에서 직장인 D(23) 씨가 화장실에 숨어있던 남성 김 모(34) 씨에게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역시 경찰은 '증오범죄'로 정의하기를 주저했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국내 경찰이 '혐오범죄'를 인정하는데 주저하는 이유로'혐오'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와 그로 인해 사례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점을 꼽은 바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은수 활동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동성애 혐오' 범죄 등 때문에 '혐오범죄' 논의가 활발하다"며 "국내에서 '혐오범죄' 형태가 처음 생긴 게 '여성혐오'인데 그 개념조차 인정하지 않아 공론화가 지지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여성혐오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무슨 범죄까지 그 분류로 인정하겠느냐"며 "기본적 토론이 오가는 걸 용인하는 분위기, 같은 유형 사건 발생시 사례화해 축적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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