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세상을 등진 지 50일이 훌쩍 넘은 지난 17일 어머니(50)는 그동안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뒀던 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사랑을 작은 엽서에 담아 딸을 위한 꽃다발 위에 얹었다.
어머니는 홍 양이 "엄마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돼"라고 서너 차례 물었을 때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말 한 것이 지금도 가슴 속 대못으로 박혀있다.
이날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인 LB휴넷이 입주한 건물 앞에서 고 홍수연(17) 양 추모제가 열렸다. 어머니는 추모제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추모제 현장을 떠나지도 못했다.
숨진 홍 양의 아버지 홍순성(58) 씨는 "지금도 어딜 가나 '아빠' 하며 달려올 것 같은 딸을 생각하며 집에만 갇혀 있다"며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끔 해 달라"고 울먹였다.
추모제에는 2014년 홍 양과 같은 콜센터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문수(당시 30) 씨의 아버지 이종민(63) 씨도 함께 했다.
이 씨는 "부모가 힘없고 '백'도 없어서인지 아들이 떠난 지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같은 슬픔을 가진 홍 씨와 이 씨는 추모제 내내 서로의 곁을 지키며 아픔을 나눴다.
추모제를 주최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정훈 공대위 대표는 "오늘이 더욱 슬픈 이유는 제대로 된 개선책이나 해결책이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가슴을 쳤다.
심상정 정의당 공동대표도 "현장 실습에 나선 학생들이 스스로를 '땜빵노동자'라고 말하는 상황이다"며 "미래노동력을 길러내는 특성화학교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과 정부의 하대가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추모행사장 옆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홍 양 어머니의 엽서를 비롯해 수많은 추모글과 국화가 말없이 쌓여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