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영진위 노조는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영진위 구성원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진위 노조는 김세훈 위원장의 조속한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영화인 행동과 김 위원장이 '밀실행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영진위 의결 기구인 9인 위원회가 있음에도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려 했고, 출처가 불분명한 '영화진흥사업 지원채계 개선안'이 위에서부터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인 행동은 영진위 노조의 주장을 하나씩 반박해 나갔다.
먼저 비상대책기구는 9인 위원회와는 전혀 다른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미 우리는 영진위 측에 해당 기구는 협의체이기 때문에 논의된 결과물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9인 위원회의 의결을 거칠 수밖에 없는 기구라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영진위 실무자들과 영화인들이 참여하기로 한 비상대책기구는 현재 논의 끝에 무산된 상태다.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은 아예 모르는 문건이라고 밝혔다.
영화인 행동은 "해당 문건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문건"이라며 "영진위 노조가 김세훈 위원장과 영화인 행동 사이에 무슨 거래가 이뤄진 것 같은 맥락화 작업까지 시도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영화인 행동은 영진위 위원장 뿐만 아니라 영진위 조직 구성원 전체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반적인 조직 쇄신 없이는 또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영화인 행동은 "김 위원장 취임 전에 일어났던 사례는 실무 책임을 맡았던 영진위 구성원들이 밝혀야 할 문제"라며 "현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만으로 영진위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이야기했다.
영진위 체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노조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 정권 동안 영진위라는 기구에 대한 신뢰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화인 행동은 "영진위만의 힘으로 현 사태를 수습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철회하라. 이는 영화계의 정서를 전혀 모르거나 무시하려는 조직보위논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영화계와의 공론화 작업 없이 단체 차원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영진위 측과 구체적인 사업안이나 인적쇄신안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는 말도 전했다.
마지막까지 영화인 행동은 "우리는 적폐청산을 위한 협의기구를 강하게 요청할 것이다. 그 적폐 대상에는 위원장뿐만 아니라 영진위 구성원들도 포함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명시했다.
다음은 블랙리스트 영화인 행동(준)의 입장 전문.
밀실행정의 혁파 및 영화진흥위원회의 적폐청산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 노동조합의 성명서를 적극 환영한다. 영화진흥위원회 구성원은 공론의 장에 적극 나서라!
2017년 3월 16일 영화진흥위원회 노동조합(이하 '영진위노조')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영화진흥위원회 김세훈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법과 규정, 조직과 체계를 무시하는 밀실행정 규탄한다! -위원장 '사퇴'카드와 맞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영화계에 묻고 싶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영화인행동(준)(이하 영화인행동)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사퇴' 및 현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한 대행을 통한 '임기만료 위원에 대한 후임자 임명' 및 '9인위원회의 정상적인 논의 틀에 의한 차질없는 사업수행'을 가장 중요한 현 사태의 수습책으로 제시한 그 자체를 환영한다. 적어도 영화진흥위원회의 구성원 중 공식적인 입장으로 수습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온갖 소문으로만 영화진흥위원회의 내부사정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영진위노조는 위와 같은 수습책에 입각하여 '법과 규정, 조직과 체계를 무시하는 밀실행정규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 또한 환영한다. 박근혜의 파면도 결국 '공론화의 과정이 생략되고 특정세력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방치 협력한 대통령에 대해 헌법수호의지가 없음'을 헌법재판소가 확인해준 결과이다. 그 결과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모두의 구성원,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단체 역시 새삼스레 '공론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인행동의 대표단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간에 있었던 여러 논의에 기반을 두어, 영화인행동의 활동이 마치 '밀실행정' 추진의 사례로 둔갑된 성명서의 근거에 대해서 그 동안의 진행과정과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영화인행동은 지난 5주 동안 매주 정기회의를 개최하여 '블랙리스트 대응, 적폐청산, 그리고 영화정책'에 대한 실천계획 및 정책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영화단체연대회의의 실무자를 중심으로 한 TF팀을 구성하였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는 3월 달 이내에 영화계의 토론회를 주최할 것을 의결했고, 아울러 '블랙리스트 소송, 국정원 고발'과 관련된 실무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이미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김세훈위원장의 즉각 퇴진, 진상규명과 사과'는 영화인행동의 공식적인 입장이며, 그러하기에 2017년 사업계획안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실무협의 요청을 거부했고, 일부 단체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추천요청' 역시 거부하여 왔다.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한대행 역시 블랙리스트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6일 1,052인의 서명에 기반을 둔 영화인행동의 요구사항에 대해 한 달 이상 아무런 입장이 없는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성명서' 이외에 실천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자들이 위원장에게 이와 같은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간담회를 1차적으로 실행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최소한 간담회 자리에서 '현 사태에 대한 사과, 즉각 사퇴에 대한 위원장의 입장, 적폐해소 및 영화진흥정책의 개선방향과 실천이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의결했다. 또한 위 의제에 대해서 위원장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간담회 자체가 무의미하며, 만약 사퇴거부 입장이 표명된다면 간담회 없이 별도의 사퇴를 강제할 수 있는 실천계획을 준비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입장확인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위원장과 영화인행동 대표자간의 실무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자들에게 물었고, 대표자들의 동의하에 실무조율에 들어갔다.
이어 3월 7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영화인행동 공동대표와의 실무조율작업이 진행되었다. 해당 자리에서 '사과, 대선직후 사퇴, 비상대책기구의 필요성'이라는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위와 같은 위원장의 입장을 영화인행동에 공유하고 그의 입장에 기반을 두어 3월 13일 혹은 14일 '간담회'의 성사 여부와 영화진흥위원회 구성원 및 영화인행동 구성원들이 위원장의 입장과 그를 기반으로 한 간담회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견취합 작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만약 간담회가 개최된다면 3월 13일(월) 2시에 개최하기로 하고, 영화인행동은 각 단체의 의견을 묻는 작업에 돌입했다.
결과적으로 어떤 의제이더라도 위원장과의 만남 자체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간담회가 부담스럽다는 단체부터, 비상대책기구 역시 본질적으로 협의의 틀임에도 불구하고 의결기구로 오해 받을 수 있으며, 그 역할이 조금 막연하게 다가온다는 의견들이 취합되었다. 아울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구성한 비상대책기구의 실무진 역시 확인 결과 ‘영화진흥위원회 내부 의견이 충분히 협의되지 않았고 과연 협의체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는 의견이 접수되었다. 또한 영진위 위원장 역시 '날짜를 특정해서 사퇴하는 것 보다는 영진위가 안정화되고 나서 사임하겠다'는 최종 입장이 전달되었으며, 위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3월 12일 자정에 간담회를 취소하기로 결정되었다.
정리하자면 '간담회를 통한 공식적인 위원장의 입장청취 → 대응행동 및 영화계에 간담회 내용을 공개 → 영화계의 의견수렴 → 대응'이라는 로드맵이 실행되기도 전에 간담회 자체가 취소된 것이 정확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밀실행정'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판한다. 그 내용은 '9인위원회'라는 엄연한 의결기구를 존중해야 함에도, 비상대책기구를 자의적으로 구성하여, 결국 영화진흥위원회의 체계를 무력화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더더욱 '밀실행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 위기의 수습대안은 위원장의 사퇴와 5인의 위원을 신규 선임하여, 결국 당분간 8인의 위원회체계로 가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즉,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로, 위원장의 사퇴가 유일한 사태의 수습책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문건까지 예로 들면서, 『위원장 '사퇴'카드와 맞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영화계에 묻고 싶다』라는 식으로 위원장과 영화인행동 사이에 무슨 '딜'이 이루어 진 것 같은 맥락화 작업까지 시도한다. '비상대책기구는 의결기구가 아니라 협의체이고, 협의체에서 생산한 결과물은 영화계의 공개토론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결국 9인위원회의 의결을 거칠 수밖에 없는 기구'라고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귀결을 내리는 저의는 과연 무엇인가?
영화인행동은 다음과 같이 영진위노조와 영진위위원장을 비롯한 영진위구성원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달한다.
첫째. 영진위 구성원들은 청와대, 문체부, 국정원의 부당한 지시가 영진위를 통해 어떻게 내려왔고, 영진위 구성원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라!
진상규명의 1차 책임은 영진위 위원장에게 있지만, 영진위 노조를 비롯한 영진위 구성원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김세훈위원장 취임 전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례는 당시 실무책임을 맡았던 영진위 구성원들이 스스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영화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숙고하기를 바라며, 현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만으로 영진위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둘째. 영진위만의 힘으로 현 사태를 수습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철회하기 바란다. 현재의 체계와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영진위노조의 생각은 영화계의 정서를 전혀 모르거나 무시하려는 ‘조직보위논리’이다. 우리는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 영진위위원장, 영화진흥위원, 그리고 영진위 내부의 블랙리스트 조력자 그 어느 누구도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 영진위가 최근 4~5년 동안 영화계와의 토론회나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을 결정한 적이 있었나?
이해 당사자의 의견청취라는 미명하에 모든 사업을 파편화시키고 협소한 사업만을 제시한 뒤에 의견수렴을 했다고 우기지 않았나? 이 모든 것의 실행 주체가 바로 영진위 아닌가? 배제의 논리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오히려 우리는 반문하고 싶다. 어떻게 거버넌스를 실현하고 영화계와의 공론화작업을 진행할 것인가?
셋째. 영화인행동의 간담회 준비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다만 영화인행동은 영화계와의 공론화 작업 없이는 다음 수순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원칙임을 밝힌다. 또한 이러한 행동을 영화인행동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영화인행동이 영화계의 유일한 단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모든 논의를 각각의 단체가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일에 우리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준비를 위한 실무조율과정에 대해서도 우리는 편견 없이 바라 볼 것이다.
넷째. 위원장 '사퇴'카드와 맞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영화계에 묻고 싶다는 영진위 노조의 질문에 답한다. 단연코 ‘적폐청산’이다. 그리고 우리는 적폐청산을 위한 협의기구를 강하게 요청할 것이다. 그 적폐의 대상에는 영진위 위원장뿐만 아니라, 영진위 구성원들도 포함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다섯째. 영화인행동은 영진위의 그 어떤 구성원들과도 구체적인 사업안이나 인적쇄신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음을 모든 영화인들에게 당당하게 밝힌다. 영진위 노조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진위 구성원들이 영화인행동의 누구와 특정 사업기획안을 의논했는지 정확하게 공개하기 바란다.
2017년 3월 17일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행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