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中, 한숨 돌린 롯데…아직 '춘래불사춘'

롯데마트 절반 이상 영업정지, 한국관광 금지 속 면세점 타격, 檢 면세점 특혜 의혹 수사

매년 3월15일에 중국 CCTV에서 방송되는 '3.15 완후이'(사진=CCTV홈페이지 캡쳐)
15일 밤 롯데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국 사드 보복의 분수령이었던 '중국 소비자의 날'을 무사히 넘겼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관영방송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는 이날 롯데와 한국 기업을 다루지 않았다.

◇ 朴파면·미중 정상회담…中 수위조절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세번째)이 17일 판문점을 방문,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 두번째), 임호영 한미연합사부사령관(오른쪽 네번째) 등 관계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국인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완후이’는 외국기업에게 저승사자와 같았다. 이번에는 롯데가 제물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이미 불매운동,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무차별 보복으로 휘청대는 롯데에 완후이 공격은 결정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새로운 여건이 조성된데다 미국과 중국간 외교 접촉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18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다음달 초에는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열린다.

중국 정부가 북핵과 사드 문제에 대한 G2 정상간 논의를 앞두고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팔짱을 끼고 있던 중국 공안은 반롯데‧반한 시위 통제에 나섰고 롯데마트 상품 훼손 장면을 인터넷 생중계한 여성도 체포했다. 중국 언론과 인터넷 상에선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 아직도 터널 속…여전히 '내우외환(內憂外患)'

중국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점포
그러나 롯데는 여전히 ‘내우외환’에 빠져있다.

중국 사업은 악전고투 중이다. 중국 롯데마트 점포의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 중이고, 중국인의 반감도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부터는 한국관광 금지령이 발효되면서 국내에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췄다.

롯데면세점도 직격탄이 우려된다. 국내 면세시장의 절반을 점유하는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70%가 유커 몫이었다.

지난해 11월 사드부지 제공 합의에도 20~30%대의 고성장을 이어왔던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부터 유커 매출 신장률이 10%대로 뚝 떨어졌고 15일에는 매장에서 유커들이 사라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조속히 외교적 해법을 찾아 방한 금지령이 해제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 입구 모습. (사진=정재훈 기자)
여기에 검찰과의 악연도 재현될 조짐이다. 특검으로부터 배턴을 넘겨받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면세점 특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SK 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은 면세점 특허를 되찾기 위해 각각 지난해 2월과 3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6일 SK 전‧현직 수뇌부를 불러 밤샘조사를 벌인 데 이어 롯데 관계자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는 강력 부인하고 있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추가 출연이 뇌물 아니냐는 의심과 관련해 "청탁 뇌물이었다면 30억원으로 깎으려 하거나 체육시설을 직접 지어주겠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었겠느냐"고 되물었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과 2달 넘게 협의를 하다 결국 당초 재단 요구액인 75억원에서 5억원을 깎은 70억원을 기부했다. 롯데는 그 직후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았고 그 직전 돈을 돌려받았다.

◇ 다시 집안싸움 조짐까지

다 끝난 듯했던 집안 싸움도 다시 불씨가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최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지분(6.8%)과 롯데칠성 지분(1.3%)을 압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말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증여세 2126억원을 대신 내줬다. 그런데 한 달 만인 지난달 말 채무에 대한 강제집행을 공증한 집행 문서를 신 총괄회장에게 보내고 곧이어 지분 압류에 나선 것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의 모태이자 향후 지주사 체제 전환의 핵심이 될 계열사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을 합쳐도 경영권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재산을 변칙 압류하는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친족이 공동으로 강제압류 집행정지 등 법률적 조치를 강구해 신 총괄회장의 부당한 손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롯데에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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