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촛불, 끝이 아닌 시작…"제도·현실 맞서 불 밝혀야"

촛불 뒤꽁무니에서 무임승차했던 정치권, 개혁비전 제시해야

-일부 좌파단체가 촛불을 이끌었다는건 세상물정 모르는 얘기
-적폐 청산될 때까지 촛불 꺼지지 말아야
-단죄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철저한 처벌 요구
-무작정 통합은 반대, 민주주의적 헌법에 가치를 둔 사회통합 해야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퇴진비상강원행동 조한경 집행위원장/퇴진비상춘천행동 김주묵 집행위원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탄핵정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그 중심에는 시민의 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쉼 없이 이어져온 탄핵 촛불집회는 그간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강원도에도 이어졌고요. 이번 탄핵정국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지역인, 춘천에서는 역대 최대인파가 촛불집회에 참여해 세간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죠. 포커스 인터뷰에서는 강원도내 촛불 열기를 이끌어낸 시민대표와 함께 그간의 과정과 탄핵 이후 시민사회의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강원행동 조한경 집행위원장, 춘천시민행동 김주묵 집행위원장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박윤경>결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 결정됐습니다. 두 분에게는 그 어떤 때보다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한경>기뻤다. 헌재 결정의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기쁨 뒤에는 나아가는 걸음이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박윤경>정당성을 상실한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항쟁,지난 87년 6월 항쟁 이후, 근 30년만인데.

◆김주묵>매우 기뻤고, 시민들이 승리했다는 것이 기뻤다. 이전 촛불의 움직임 많았지만 이번처럼 구체적 성과물을 쟁취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촛불 들고 나가면 뭐가 바뀌냐?'라며 냉소적이던 시민의식이 바뀌었다. 매우 높게 평가해야 한다.

◇박윤경>헌법 재판소의 판결문이 주목됩니다. "국민신의에 대한 배반으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헌법수호에 이익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헌법정신'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사실 박제화 된 법조문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엔 정말 다르게 느껴졌는지.

◆조한경>국민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가장 먼저 외친 것이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였다. 국민이 주인이 되면서 광장에서 요구한 것이 실현되고, 이 헌법이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박윤경>그런데 이번 헌재는 탄핵 사유 가운데 몇 가지 사유는 받아들이지 않았죠. 세월호 참사가 그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조한경>박근혜 정권 탄핵의 직접적 계기는 '세월호'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권 보호가 대통령 제1의 의무다. 국민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은 자격이 없음에도 헌재 판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소수 의견으로는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건 긍정적이라 본다.

◇박윤경>자, 그런데 이번 헌재 선고를 '승복'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주묵>승복할 수 없다는 사람들은 친박세력, 그 중심에는 김진태 의원이 선두에 서 있다. 과연 이러한 사람들이 과거에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 "헌재 판결을 수용해라. 그것이 헌법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헌재 판결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더니, 자신에게 유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다르게 강변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전체 90% 넘는 국민이 헌재 판결에 승복하라는 의견이라는 걸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박윤경>박 전 대통령과 친박세력은 여전히 재집결에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동 정치가 시작됐다는 말도 있다.

◆김주묵>그 옛날 전두환의 연희동 사저 골목성명 발표가 오버랩된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 후 사저로 돌아가면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 한사람으로 참담함을 느꼈다. 자유한국당내에서도 강성친박 약 10여명의 국회의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 사회 변화 속에서 저절로 소멸될 것이라 바라본다.

◇박윤경>우리 지역 김진태 의원은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대선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는데.

◆김주묵>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도 웃고 정말 어처구니없다.춘천에서 촛불이 왜 이렇게 크게 번졌나. 김진태 의원이 우리지역이라 창피해 못살겠다라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박윤경>자, 이번 탄핵정국의 핵심 키워드하면 '촛불'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처음 어떻게 이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참여하시게 됐는지.

<시사포커스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퇴진행동 김주묵.조한경위원장. (사진=강원CBS)
◆조한경>저는 촛불이 켜지기 전까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에서 일했다. 박근혜 정권이 시작될 때부터 노동자들이 정권과 싸웠는데, 정책 자체가 반노동자 반서민적이었기 때문에 촛불 한가운데 저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보도 전까지는 수면 밑에 가라앉았던 것이 올라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노동자와 농민, 서민들이 가장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지켜왔다.민주주의는 직접적 행위를 동반해야 살아있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김주묵>처음에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으로 촉발됐다고 바라본다. 국가 권력이 농민을 죽인 것에 어느 누구도 사과한마디 없었다.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나고 10월말 들어서 최순실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밝혀질 때마다 시민들과 같이 참담함과 분노를 느꼈다. 그러면서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고민이 생겼고, 시민단체들 모여 시민행동을 만들었다.


◇박윤경>일각에서는 촛불집회가 '일부 진보세력에 의해 기획된 정치적인 집회가 아니었나'라는 반응도 있다.

◆김주묵>전혀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진태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민주노총 전교조를 좌파세력이라 일컬었는데,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백만명의 촛불을 모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벌써 변했다.촛불집회를 준비할 때마다 비조직된 시민들이 모이는 것이라 숫자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일부 좌파단체가 촛불을 이끌었다고 바라보는 건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조한경>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질책보다는 격려가 많았다. 광장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한국사회를 올바르게 발전적으로 만드는 밑거름돼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촛불이 정치권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관망자의 위치로 뒤바뀌는 모습도 있었다.(이해득실을 따지는) 야당의 태도도 그러했다. 또 광장에서 힘이 촉발됐음에도 책임과 대안을 넘기려는 모습은 한계로 지적됐다.

◇박윤경>지난 6개월간의 촛불집회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과 눈물의 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말씀해 주신다면?

◆조한경>20여년간 연락을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12.3 집회를 보고 연락왔다. 예전보다 잘생겨졌다는 칭찬도 들었고, 즐거웠다.

◆김주묵>11월 19일, 로데오 거리의 집회에서 감동을 받았다. 일주일 전인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서 서울 시민 100만의 분노를 봤다. 조직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 후 춘천도 바꿔보자며 준비를 했다. 명동에서 촛불을 들 때는 100명이내의 시민이 모였고 많으면 200명이었는데, 주거지역으로 장소를 바꿔 일주일동안 열심히 홍보했다. 3천명의 컵과 초를 준비했는데 두 배가 넘는 7천명 넘는 시민들이 모여 놀랐다. 이게 바로 시민들의 현 상태구나 느꼈다. 수많은 집회를 준비해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박윤경>그동안 어려웠던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김주묵>단체들이 조금 더 활성화됐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민주노총이나 농민회, 시민단체가 예전에 비하면 10분의1 이상으로 축소됐다. 집회를 준비할 인원과 기획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더 준비했더라면 좀 더 많이 모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조한경>강원도 전역, 군 단위까지 촛불이 밝혀졌던 데는 저희들 모르게 고생했던 분들의 땀이 있었다. 그래서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격려도 많았다. 이전에는 3~400명 집회에도 손가락질을 하던 분들도 많았지만 이번 집회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응원해주셨다. 큰 어려움 없이 6개월을 보냈다.

◇박윤경>자, 이제 탄핵인용으로 우리는 역사상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이제 촛불은 여기서 멈추는 건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조한경>절대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제도나 법이 국민들의 상상력을 가두고 발언을 제한한다. 그 제도와 현실에 맞서 촛불을 더 밝혀나가야 한다. 탄핵은 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과제들이 많기에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박윤경>촛불민심이 이뤄낸 대통령 탄핵, 그 이후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포스트 탄핵,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김주묵>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던 일들이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탄핵 인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개혁적 과제들은 단 한 가지도 해결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백남기 농민의 죽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성과급제 철폐, 사드배치, 국정교과서로 인한 역사왜곡, 소녀상 문제 등 적폐를 청산하는 게 가야할 길이다.

◇박윤경>촛불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태극기 집회를 여는 등 국론이 분열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이제는 갈등을 넘어 사회 통합과 화합이 중요하지 않겠나.

◆김주묵>그간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분명한 건 민주주의는 혼란을 겪고 이겨내며 성장한다. 시민권력이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이 자신들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걸 제어해야 한다. 무작정인 사회통합은 반대한다. 민주주의적 헌법의 가치를 바탕에 두고 통합을 이야기 해야한다.

◆조한경>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탄핵반대 측, 70대 노인의 죽음. 이 시기 이후의 사회통합을 얘기한다면, 사회적 안전망과 노인빈곤의 얘기, 격동이 시대를 살아온 선배에 대한 대책을 정치권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복지를 확충하고 그들이 전경련에 의해 동원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박윤경>이제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별히 정치권에 주문하고 싶은 부분도 적지 않을텐데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나.

◆조한경>국민들이 이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정치권이 이 요구에 화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죄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 지금으로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에 대한 분명한 처벌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세월호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김주묵>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국정농단에 대해 대통령 하야와 퇴진을 외쳤다. 이 때 정치권은 촛불 뒤꽁무니에서 무임승차했다. 국민이 이뤄낸 걸 정치권이 고스란히 받아가는 것을 보며 분노를 느낀다. 국회에서 지난 한 달 넘는 동안 경제개혁 입법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욕심만 냈지 앞으로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정치를 한다면 자기 철학에 입각해 개혁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같이 가자고 요구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박윤경>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꼭 이뤄지길 바란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지금까지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강원행동 조한경 집행위원장,박근혜정권퇴진 춘천시민행동 김주묵 집행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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