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부경찰서는 허위 내용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부산 동아대 퇴학생 A(25)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5월 19일 대학 미술학과 손현욱(35) 교수가 성추행을 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허위 대자보를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동아대· 유족 측에 따르면, 손 교수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성추행 의혹이 대자보를 통해 학내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알려지면서 몹시 괴로워했다.
손 씨는 결국 지난해 6월 7일 오후 10시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 9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유족들은 손 교수의 억울함을 규명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아대도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A 게시한 대자보에는 '지난해 3월 말에 있었던 미술학과 야외스케치 행사 뒤 술자리에서 한 교수가 학생의 엉덩이를 만졌다'며 '공식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 동료 교수가 거짓 성추행 소문 퍼트리고, 제자는 거짓 대자보로 알리고…
대자보는 사실상 가해자로 손 교수를 지목하고 있었지만, 정작 피해 여학생을 성추행한 교수는 손 교수가 아닌 같은 학교 동료 교수인 B 교수로 밝혀졌다.
손 교수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고통을 겪는 사이, B 교수는 성추행을 저지른 피해 여학생에게 접근해 성추행이 없었다는 다짐을 받는 등 진실을 은폐하고 있었다.
손 교수의 죽음에 괴로워하던 피해 여학생이 지난해 10월 학교 측에 B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알리면서 진실이 드디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교 측은 B 교수가 피해 여학생을 입막음하고,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손 교수가 성추행한 것처럼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대는 지난 3일 B 교수를 파면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찰과 학교 측은 A 씨가 거짓 대자보를 쓰는 과정에서 또 다른 동료교수가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미술학과 C 교수가 '손 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학생회장인 제가 밝혀야 한다'며 '성추행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C 교수는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총장 비서실에 접수돼 내부감사를 받던 중이었다.
학교 측은 C 교수가 자신의 투서 내용을 덮기 위해 손 교수의 성추행 의혹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A 씨에게 손 교수의 소문을 공론화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 교수의 어머니는 "A 군이 내게 와서 'C 교수가 학부 졸업 이후 대학원 과정까지 잘 봐줄테니, 손 교수의 성추행 소문을 파헤쳐라'고 했다"며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 스승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던 A 군이 거짓 대자보를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죽기 전까지 더러운 교수 사회에서 얼마나 치욕스런 나날을 보냈는지, 마음이 너무 쓰라린다"며 "진실을 밝혀내는 8개월 넘는 시간동안 말로 하기 힘든 고통이 따랐지만, 이젠 아들이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대는 지난달 졸업을 앞둔 A 씨를 퇴학 처분하는 한편, C 교수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