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라디오 FM 102.1 / 89.5 (17:00~18:00)
■ 진행 : 안효경 아나운서
■ 대담 : 최창민 전남CBS 기자
◇ 안효경> 한 주간 전남동부 지역 주요 뉴스를 골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뉴스 in] 시간입니다. 최창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뉴스입니까?
◆ 최창민> 네, 오늘은 5월 9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개헌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국민의당 내에서 논쟁이 심한데, 이 뉴스의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 안효경>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조기 대선이 확정됐고, 지난 1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일자를 발표했죠.
◇ 안효경> 대선 때까지 헌법개정안을 만들어서 대통령 선거와 국민투표를 같이 추진한다는 거죠?
◆ 최창민> 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오자 논의에서 배제된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반발했습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어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3당의 합의안에 대해 “잘 이해가 안간다”고 비판했습니다.
법한 하나도 통과시키려면 1년씩 걸리는데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60일 안에 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겁니다. 또 현실적으로도 현재 국회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개헌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다수는 아닙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기 개헌’ 주장이 계속되는 것은 이슈를 바꿔 세력을 모아 대선 판을 흔들어보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 최창민> 그렇습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측은 개헌 논의에는 동의하지만 다음 지방선거 때 개헌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입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전략적인 졸속 논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공공연히 헌재 불복을 외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과 개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개헌을 기치로 내걸었던 손학규 전 대표도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 좋다”며 사실상 대선 후 개헌으로 선회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 안효경> 현재 대선에서 야권 진보 진영 대권 후보들의 지지도가 높은데 유력 후보들이 대부분 조기 개헌 추진에 부정적이군요. 민주당은 대체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엇박자를 내고 있네요.
◆ 최창민> 그렇습니다. 국민의당은 당장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당 안팎과 여론의 비판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어제 당 원내정책 회의에서 “이번 대선 전에 개헌안이 통과 안 되면 역대 정권처럼 개헌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거듭 3당 합의안을 밀어붙일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지원 대표는 “개헌을 찬성하지만 물리적으로 대선이 50여일 남았는데 개헌이 되고 단일안이 나오겠느냐”며 “우리가 자유한국당과 함께 한다면 지지층이 뭐라 보겠느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습니다.
◆ 최창민> 호남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어느 지역보다 단호한 민심을 보여준 호남은, 여전히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비춰지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연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을 어떻게 보겠느냐, 이런 판단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국민의당 안에서 이 같은 혼선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 안효경> 불협화음이 자주 난다는 거군요.
◆ 최창민> 지난달 16일에는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놓고 엇박자를 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안보 불안을 이유로 사드 반대 당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 대표는 김정남 피살이 사드 반대 당론을 철회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라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보다 앞서 1월에는 이른바 자강론과 연대론이 충돌했는데요. 당내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키워야한다는 자강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바른정당 등과 연대해야 한다는 연대론이 맞섰습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당시 안철수 전 대표측의 자강론에 맞서 끝장토론을 벌이자고 하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는데요, 1월 12일 주 원내대표와 안 전 대표가 만찬회동을 가진 뒤 이튿날 주 원내대표가 “지금은 우리 당이 자강을 해야하는 단계”라며 안 전 대표의 자강론에 힘을 실으면서 논란이 일단락 됐습니다.
◇ 안효경> 왜 이렇게 엇박자가 계속되는 거죠?
◆ 최창민> 원인은 낮은 당과 당 후보의 지지율에 있다고 보는 해석이 많습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 지역 대부분을 석권하고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이은 탄핵 국면에서 지지율이 되레 폭락했습니다.
또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 독주가 장기화되고 있는데요. 손학규 전 대표가 입당하고 대선 경선에 참여하면서 큰 흥행을 기대했지만, 민주당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당내 경선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차이를 넘지 못하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시너지보다는 역효과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까, 당내에서 ‘이대로는 집권이 어렵다’는 연대론자와 ‘힘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자강론자가 맞서게 되는 겁니다.
◇ 안효경> 사드 배치를 놓고 충돌하고, 개헌 시기를 놓고 충돌하고, 이런 모습들이 다 연대와 자강 논쟁의 일환이라는 거군요.
◆ 최창민> 네. 크게 보면 그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요, 국민의당의 태생적 한계가 이런 논쟁을 불러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안효경> 태생적 한계라는 게 어떤 의미죠?
이 두 가지, 민주당에 대한 비판, 호남이 대수를 점하고 있다, 이것이 태생적 한계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국민의당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면서 연대론이 확산했지만, 민주당을 비판하고 분당했기 때문에 좌클릭은 안되는 거죠. 그러면 남은 건 우클릭인데, 우클릭을 하면 할수록, 예를 들어 탄핵을 지연시키려하거나, 사드 반대 당론을 철회하려하면 진보 성향의 호남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겁니다.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언급하며 대선과 개헌국민투표를 연계해야한다고 주장하지 못하는 것도 호남을 의식한 행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안효경>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가지 못하는 형국이네요.
◆ 최창민> 당 또는 대선 후보가 지지율을 회복하지 않는 한 결국 연대와 자강 정도를 놓고 계속 논쟁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안효경> 대선 전에 지지율 변화의 계기가 있을까요?
◆ 최창민> 기회가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현재 지지율 수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은 어차피 한명으로 좁혀진다는 겁니다.
문재인이든 안희정이든, 혹은 이재명이든 한명이 정해지면 지지 후보를 잃은 사람들이 정체성에서 가까운 국민의당 후보로 눈을 돌릴 거라고 기대하는 거죠.
또 한 가지는 반기문, 황교안 등 보수 진영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후보들이 잇따라 불출마하면서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 점도 국민의당으로서는 기회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패권을 주장하며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것도 각자 자당 후보로의 연대를 염두 해둔 포석인데요. 세 당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게 현재로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입니다.
안 전 대표측은 결국 대선은 양자 대결로 갈 것이고, 민주당 후보가 정해지는 시점에 왼쪽과 오른쪽에서 지지세가 모일 것으로 계산하는 겁니다.
◇ 안효경> 국민의당의 자강론과 연대론 논쟁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 최창민> 인위적인 연대 없이 제3지대 세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안철수식 자강론의 핵심입니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는 당 내에서는 안 전 대표의 세력이 만만치 않아 연대론쪽에 힘을 실은 모습인데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와 회동하는 등 바른정당까지 포함한 제3지대 단일화 경선을 염두 해둔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내 자강론과 연대론 논쟁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윱니다.
◇ 안효경>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최창민 기자 수고했습니다.
◆ 최창민>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