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옛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 씨가 한국당에 입당한 것은 지난달 17일.
그새 변심했냐고요? 김 씨가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선거 때마다 제1야당을 막말당으로 말아버리고 김용민을 화면에 소환시키는 종편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뜻을 표시할까 싶어서 입당했다"
김 씨의 입당 사실을 알게 된 한국당 측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당의 명예훼손'과 '당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반나절 만에 김 씨를 제명해버렸습니다.
이를 두고 '팩스 입당', '도둑 입당', '꼼수 입당'이라고 비꼬는 표현까지 등장했죠. 김 전 원장은 입당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후보를 방문해 지지 활동을 했다가 새누리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습니다.
다시 김 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죠. 한국당은 어째서 김 씨의 당원 가입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을까요? 보험사의 홍보 문구처럼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나 당원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문득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직접 한국당 당원이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접속한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설명을 읽어 내려가면 곧이어 입당원서 서식이 눈에 띕니다. 다운로드 받으니 A4 용지 한 장 분량이네요. 출력한 후 자필로 작성한 입당원서를 우편·팩스로 중앙당이나 시·도당에 제출하라는 안내가 나와 있습니다.
필수 기재 항목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이메일을 먼저 적었습니다. 선택 사항이었던 종교와 장애유무, 직업, 주요 경력, SNS 계정도 빠짐없이 기재했죠. '기자 생애 첫 당원 가입인데 허술하게 적어서야 되겠나' 하는 심정으로요.
당비 납부 방식까지 모든 항목을 꼼꼼하게 다 적는데 정확히 3분 42초가 걸렸습니다. 당사로 팩스를 보내는 시간을 어림잡아 1분으로 계산하면 당원 가입하는데 5분도 채 안 걸리네요. (참고로 기자는 입당원서를 작성만 해놓고 팩스를 보내지는 않았답니다.)
한국당 당원 규정 6조에 따르면 시·도당 사무처장은 입당원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시·도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부의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없이 부의하지 않으면 입당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네요.
심사기준은 어떻게 되냐고요? △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 하는 자 △당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 △공사를 막론하고 품행이 깨끗한 자 △과거 행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아니하는 자 △개혁의지가 투철한 자. 이게 전부입니다.
최근 '당비 출금 해프닝'을 통해 당원 자격을 재확인한 김 씨는 한국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를 놓고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치졸한 코미디다,' 대선이 장난이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가하면, 대부분 '통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정 정당을 비판하기 위해 해당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 김 씨가 달성한 목표처럼 '풍자와 해학'일까요, 아니면 한국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해악'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