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에서 탄핵까지" 80대 역사의 산 증인

[전북의 촛불 ④] 4.19에서 촛불 혁명까지, 촛불집회 개근 임안택 씨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박근혜 정권 4년의 막을 내리게 한 건 4개월에 걸쳐 타오른 촛불이었다. 위대한 '촛불혁명'을 이끈 건 연인원 16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촛불은 없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촛불의 한 가운데로 좀 더 접근한 이들도 있다. 전북CBS는 집회의 새 역사와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을 연 촛불 시민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를 들어보기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전북의 촛불을 만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민주주의를 봤다" 촛불 앞에 선 사람들
② "작은 목소리도 소중히" 온몸으로 전한 촛불 함성
③ "분노 아닌 정의" 대검 돌진 굴삭기 기사
④ "하야에서 탄핵까지" 80대 역사의 산증인
(계속)


(사진=자료사진)
전국적으로 연인원 1600만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전북에서도 17차례 집회에 15만 명이 촛불을 드는 등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한 겨울을 관통하며 4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촛불집회에 개근한 시민도 많았다. 80대 노구를 이끌고 대통령 탄핵 구호를 외친 임안택(80·목사)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임 씨가 더욱 특별한 것은 '이승만 대통령 하야'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비극이지만 희극을 향한 역사의 흐름을 모두 겪은 산 증인이라는 점이다.

4.19혁명 당시 고등학생으로 거리를 지킨 이 씨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결정을 한 지난 10일 전주 팔달로에서 열린 집회현장에서도 촛불을 들고 있었다.


이 씨는 "법리가 서지 않고 민주주의 정의가 바로서지 않으면 독재공산국가보다 더 무서운 나라로 전락돼서 죽게 생겼기에 거리로 나갔다"고 말했다.

비나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는 일은 고역이었다. 몸이 다 젖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소변은 왜 또 그리 자주 마려운지, 어느새 여든이 된 자신의 노구가 야속한 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임 씨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박근혜가 국정을 농단하고 독재보다도 무서운 국가가 돼버리고 말았어요. 기막힌 사실 아닙니까. 나만 고생한 게 아니라 어린애들까지 나왔잖아요. 나는 국가, 국민, 어린이들 위해 나갔어요."

열정은 청춘 못지않았다. 당장이라도 무대에 올라 사자후를 토하고 싶었지만 자제했다. 자신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노인이고, 촛불의 주인은 새롭게 펼쳐질 나라에서 살아갈 젊은이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19 등을 직접 지켜보며 일평생 민주시민으로 살아왔다는 임 씨는 당연한 결과라며 이번 촛불 집회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임 씨는 "촛불집회를 거치며 청년 대부분 민주주의를 자각했다"며 "이런 정신을 계속 살려나가서 민주주의 정신을 최정상에 올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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