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논란 끝에 회생방안을 마련했지만 1년이 지나도 독자생존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당장 다음 달 4천400억 원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것 외에 연말까지 갚아야 할 5천억원의 빚때문에 자금난에 몰려 있다.
정부는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다며 4조2천억원의 혈세를 추가 투입하면서 영업이익을 내고, 부채비율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대우조선이 정부의 공언과 달리 또 다시 위기에 몰린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로부터 시추선 2기를 인도하고 1조원의 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또 지난해 신규 수주물량을 115억 달러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10%에 불과한 15억 달러에 그쳤다. 수주액이 예상치에서 100억 달러나 모자라면서 선수금(계약액의 10%)으로 받게 될 약 2조원도 물거품이 됐다.
당국이 당초 예상한 수입에서 3조원의 구멍이 생긴 것이다. 현재 진행 되고 있는 실사에서 나오게 될 부족자금 규모도 이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추가로 2~3조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국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 대우조선을 살리려는 데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현재 대우조선이 건조하고 있는 선박에 23조원이 투입돼 있다. 만약 대우조선이 공중분해되면 이 배들은 고철로 전락해 그동안 투입한 돈을 날리게 된다. 통상 다른 회사에서 건조하던 선박을 인수해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배를 발주하면서 선주가 지급한 선수금에 대해 환급보증(RG)을 선 금융기관들은 선수금을 모두 물어줘야 한다. 수출입은행과 산은의 9~10조원을 포함해 12~13조원에 이른다.
결국 공중분해를 통해 대우조선과 채권은행이 수십조원의 손실을 보는 것보다는 몇 조원을 더 투입해서 살리는 게 현재로서는 더 경제적이란 게 당국과 채권은행의 논리다.
최악의 경우 회사를 정리하더라도 2년 정도 더 끌고 가면 건조중인 선박의 잔금을 받게 되고, RG로 인한 채권은행의 손실도 7조원 이상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돈을 추가로 투입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채권은행과 대우조선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 하는 것이다.
더구나 혈세로 지원한 돈이 시중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이나 사채권자들의 채권을 변제하는 데 사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당장 2~3조원을 지원할 경우 올해만 1조원이 다른 채권을 변제하는데 사용돼야 한다. 부채는 줄지 않고 채권자의 손 바뀜, 즉 시중은행과 사채권자의 채권을 국민의 혈세로 대체해 준다는 의미다. 이 경우라면 자금지원의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
결국 혈세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채권단의 손실 분담 등을 통해 국민의 부담과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