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남은 대선에 임하는 범(凡)보수의 바람은 막판 후보 단일화를 통해 흐트러진 세(勢)을 규합하거나, 개헌을 고리로 야권 일각까지 포함하는 빅 텐트를 치는 전략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한국당에 잔류한 삼성동계 진박(眞朴)이 끝까지 패권을 놓지 않고 계속 당을 주무를 경우 '보수 분열'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대선은 해보나마나한 게임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보수층에선 대선 패색이 짙을 뿐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까지 힘들겠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전개될 구여권의 세력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개혁 보수 입장에선 미약하나마 움직이기 시작한 영남 민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에서 바른정당이 한국당을 추월한 첫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15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TK에서 바른정당은 18.3%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당은 13.8%를 얻었다. 탄핵 이후인 지난 12~14일 조사한 결과로 탄핵 전과 대비해 한국당은 8.4% 포인트 하락했고, 바른정당은 10.3% 포인트 상승했다. 1위는 민주당(27.7%)이 차지했지만 9.4% 포인트 하락했다.
탄핵에 반대했거나 기각될 것으로 봤던 민심이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크게 방향을 튼 결과로 풀이된다.(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바른정당은 반(反)탄핵으로 돌아선 흐름을 타고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길 기대하고 있다. 일단 지상욱 의원이 탄핵 후 첫 사례로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잇따라 용기를 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추가 탈당을 독려했다.
한국당 안팎에선 수도권 중진 S의원과 충청권의 C의원 등의 바른정당 입당설(說) 나돌고 있고, 바른정당으로 직행하지 않더라도 10여명의 의원이 제3지대로 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류 변화를 감지한 듯 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탄핵 승복' 당론을 어기고 있는 의원들을 겨냥해 "징계를 주저않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 의원의 탈당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으로 평가하며 추가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범보수가 뭉치기 위해선 연대가 불가능한 진박의 확실한 소멸이 담보돼야 한다. 야권 일각까지 동참해야 할 제3지대는 개헌 고리 등 변수가 더 많은 고차 방정식이다. 보수가 세력을 다시 규합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얘기다.
여기에 인물난이 겹쳐져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보수 유권자 입장에선 유일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황 대행이 불출마를 택하면서 다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두 번째 맞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지지율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후보를 갖고 있지 않다. 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그나마 대중성을 갖췄지만, 두 사람을 합친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실정이다.
황 대행 낙마 효과가 두 사람에 흐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구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택에 칩거 중인 박 전 대통령을 향한 '탄핵 불복' 민심이 흩어지지 않을 경우 김진태 의원이 낙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8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이 파란을 일으키며 당 대표가 됐던 것과 같은 이변이 생겨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김진태 의원이 홍 지사를 제치고 후보가 될 경우 '국정농단 세력과 연대 불가' 프레임에 걸려 보수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