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탓에 문재인 지지 철회? 약자 감수성 바닥"

"민주주의 기본 가치는 평등…모든 인간의 동등한 참여 보장하는 것"

지난 8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7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캠프 측에서 지난 13일 여성운동가 출신의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을 여성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지지 철회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여전히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인식 부재 탓에 불거진 반민주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이 남인순 의원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는 근거로 드는 것은 남 의원의 페미니즘 성향과 그간의 여성을 위한 의정 활동이다.

모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남인순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함'이라는 글에서 "이 세상은 여혐과 비(非)여혐으로만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며 "이런 사람(남 의원)이 정책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누리꾼이 남 의원에 대한 비판 근거로 앞세운 법안은 △성폭력 범죄 수사 중 무고 수사를 사건 종결 뒤로 미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법률안' △스토킹을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1980년대부터 여성운동을 이어오며 제20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 의원은,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하면서 "여성들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 위해 여성 친화적 공약을 내고,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15일 CBS노컷뉴스에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는 인간이 평등하고, 그 평등한 인간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가치를 모르는 것은 민주주의를 모르는 것이다. 남 의원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가 여전히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인간이 누구나 동등하다는 아주 기본적인 인식과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평생을 여성운동에 매진해 온 사람을 혐오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혐오주의자다. 문 전 대표가 지향하는 가치관과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사람들은 소수자,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부재하다. 오랫동안 평화롭게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면서 시민들이 나와 세상을 바꿔낸 광장 민주주의의 가치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할 때는 그 사람의 모든 면이 나와 잘 맞고, 나와 동일시 되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번 일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평등, 다양성 존중이라는 가치를 이해 못하고 문 전 대표에 대해 자기가 보고자 하는 특정한 면만 동일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어떠한 국가로 가야 하는가를 깊이 숙고한다면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인물이 지닌 단면을 자기 이해와 동일시하는 행위는 자신이 지닌 한계를 스스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이는 문 전 대표에게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 뿐더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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