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시작하자 눈폭풍…"미국 날씨가 미쳤어요"

과학자들 "기후변화가 기상이변 원인"...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 정책 역행

눈 덮인 북부버지니아 페어팩스 지역 (사진=장규석 특파원)
미국인들은 단잠을 잘 수 있는 한 시간을 잃어버린 채 이번 주를 시작했다. 바로 지난 12일 새벽부터 서머타임, 즉 일광절약제가 시작되면서 한 시간이 당겨진 것이다.

그런데 서머타임이 시작된 직후부터 기온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현지시간으로 13일부터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폭풍 '스텔라'로 인해 최고 60cm의 눈이 쌓이고, 이후에는 시속 88km의 강풍이 불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미국 북동부 지역에는 눈폭풍 경보까지 발령됐다.


해당 지역의 항공기 운항이 대거 취소됐고,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14일에는 연방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이 3시간 늦춰졌고, 심지어 이날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지려던 계획까지 17일로 급히 연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눈폭풍 소식에 주민들이 인근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먹거리와 옷가지 등을 사재기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실제로 폭설을 동반한 강풍에 이날 버지니아 주에서 5만가구, 매릴랜드 주에서 3만가구가 단전되는 등 미 동부지역에서 25만여 가구가 전기가 끊겨 엄동설한에 고통을 겪기도 했다.

눈폭풍 소식에 슈퍼마켓의 식빵이 동이 났다. (트위터 사진)
서머타임이 시작된 이후 눈폭풍이 들이닥치는 등 미국에 나타나고 있는 ‘미친 날씨’는 사실 올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미 동부지역에 최고 106.7cm의 폭설이 내려 28명이 사망하고 85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이른바 ‘스노마겟돈’이 있었고, 2년전인 2015년에도 3월에 폭설이 내려 눈폭풍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눈폭풍 소식에 사재기 등 과민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상이변의 이면에는 기후변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 지구 온난화와 폭설, 한파는 언뜻 서로 맞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지구 온난화는 뜨거운 공기가 더욱 많은 수증기를 머금도록 만들어, 찬 공기와 만났을 때 폭우나 폭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걱정하는 과학자 연대(Union of concerned scientists)’는 또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미국의 겨울 날씨에 영향을 주는 북극 진동과 제트기류 등에 이상이 생겨 이상기후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게다가 이번 눈폭풍과 같은 기상이변 현상을 직접 겪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는 기후변화 문제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제공 영상)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당선 전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고,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장으로 임명된 프루이트 청장도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더해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중으로 전임 오바마 정부의 청정 전력계획을 무력화 시키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지침(Directive)에 서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기후변화 변수를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기후변화 정책을 배제할 경우,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2도 미만으로 묶겠다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목표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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