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동해 지역에서 훈련중인 미국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USS Carl Vinson, CVN-70)에서 미 해군 주력기인 F/A-18 슈퍼호넷이 굉음을 내며 바다로 돌진하는 듯 싶더니 훌쩍 날아올랐다.
캐터펄트(사출장치) 장치가 항모의 원자로에 나오는 압축 증기를 뿜어내며 슈퍼호넷의 이륙을 도왔다.
이날 취재진이 칼빈슨호에 '상륙'하는 순간 요란한 전투기 발진음과 함께 매캐한 냄새가 함상 위를 휩쓸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FE)이 본격 시작된 상황. 항모 승무원들은 실제 전투의 한복판에 선 것처럼 정신없이 내달리고 소리쳤다.
각종 전투기들이 바삐 오르고 내려왔고, 엔진 소음과 이·착함시 생기는 뿌연 연기가 갑판 위를 항상 맴돌았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았다면 육지의 공군기지를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들 만큼 거대한 갑판 위에서다.
니미츠급 항모인 칼빈슨호는 길이 333미터, 넓이 40.8미터, 비행갑판 76.4미터로 2기의 원자로에서 동력을 받아 운행한다.
주요 탑재기인 슈퍼호넷은 항공 대공 방어, 폭격, 공중지원,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미 해군의 전천후 폭격기로 최대 속도 마하 1.7에 합동직격탄(JDAM)을 포함한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해 적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다.
항모의 핵심 전력 가운데는 전투 중량이 16톤에 달하는 슈퍼호넷의 항모 착함을 불과 100미터 거리로 단축하는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이다.
엄청난 속력과 무게를 견뎌야 하는 만큼 여러 겹의 강선(鋼線)으로, 떨어지다시피 '착륙'한 함재기 동체를 잡아붙들어 항모 이탈을 막는다.
쌍발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한 E-2 호크아이는 고공에서 저공에 이르는 목표물을 포착하고 추적할 뿐만 아니라 아군기의 지휘, 통제 역할도 수행한다.
미 해군의 항모전단은 항모를 중심으로 이지스 구축함과 핵 잠수함, 항공작전부대가 해저, 해상, 공중의 삼위일체로 입체적 전력을 투사한다. 칼빈스 항모전단을 웬만한 중소 국가의 군사력보다 훨씬 세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칼빈슨호의 경우도 미사일 순양함인 레이크 챔플레인함(CG-57), 이지스 구축함인 마이클 머피함(DDG-112)과 웨인이마이어(DDG-108) 및 네이비실 등 특수부대가 전후좌우로 배치됐다.
취재진을 맞이한 미 1항모강습단장인 제임스 킬비 해군 준장은 "지난 1월 5일 샌디에고를 떠나 괌을 거쳐 태평양을 지나 이 곳까지 왔다"며 "현재 항모전단은 6500명의 승무원과 구축함 2대, 순양함 3대, 74대의 함재기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승무원을 위해 매일 1만8000끼니가 제공될 정도의 규모다.
킬비 준장은 "이번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FE)를 수행 중인데, 한국의 문무대왕함, 전북함과 훈련중"이라며 "훈련의 목적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정기적인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산기지에서 칼빈슨호까지의 비행거리와 남하하는 칼빈슨호로 봤을 때, 북한이 '볼 수 있는' 동해상 해역에서도 대북압박을 위한 위력 시위를 벌였을 가능성이 관측된다.
칼빈슨호는 9.11테러의 당사자 오사마 빈 라덴과도 관련이 있다. 미 해군은 지난 2011년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은밀히 제거한 빈 라덴의 시신을, 인도양에서 작전 중이던 칼빈스 호의 갑판 위에서 바다로 수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첫 항해를 시작한 칼빈슨호는 미국 데저트 스트라이크 작전, 이라크 해방작전, 서던워치 작전 등에 참여한 미군의 핵심 전력 중 하나다. 15일 부산항에 입항해 일반에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