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임소희 "데뷔전 혹평 딛고 승리…이제부터 시작"

[인터뷰] "롤모델은 김수철…할리퀸 분장 계속 할지 고민 중"

데뷔전의 뼈아픈 기억을 털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임소희. 사진=로드 FC 제공
11개월 만의 로드FC 복귀전. 긴장감이 엄습했다. '작년 4월 데뷔전 때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다.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즐기자.' 시합 직전 케이지 위에서 수 없이 되뇌었다.

마인드 컨트롤은 효과가 있었다. '우슈 공주' 임소희(20, 남원 정무문)는 지난 11일 그랜드힐튼 서울에서 열린 로드FC 037 여성부 리그 더블엑스(XX) 아톰급 경기(5분 2라운드)에서 하나 데이트(20, 일본)에 3-0 판정승했다.


레슬링 싸움에서 하나를 압도했다. 클린치에서 테이크다운, 그라운드 압박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매끄러웠다. 전문가들은 '1년새 기량이 일취월장했다'고 엄지를 들었다.

데뷔전의 뼈아픈 기억도 털어냈다. 우슈 산타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임소희는 지난해 4월 베테랑 얜 시아오난(중국)을 상대로 종합격투기에 데뷔했다. 그러나 경기 중 눈 부위에 킥을 맞고 등을 보이면서 1라운드 TKO패했다.

임소희는 지난 14일 CBS노컷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데뷔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시합까지 망치면 나한테 거는 기대를 접겠구나 싶었다. 시합 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아서 기쁘다"면서도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진=로드FC 제공
승리했지만 시합 내용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다. 임소희는 "하나는 타격을 받아치는데 능한 타격가다. 그래서 타격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연습했던 것들을 실전에서 쓰지 못했다. 공격할 때 적극성이 떨어지고, 안 좋은 예전 버릇도 그대로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압승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다만 자신감은 넘쳤다. "열심히 준비했으니까요. 연습한 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임소희는 작년 8월부터 원주 팀포스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팀동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임소희의 훈련을 도왔다. 특히 유재남과 김수철은 개인운동 시간을 내주며 알토란 같은 기술을 전수하고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줬다. 덕분에 부족했던 그래플링 실력이 쑥쑥 늘었다.

"성심껏 도와준 동료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어요. 승리로 보답해서 다행이긴 한데, 벌써 다음 경기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드네요."

롤모델도 생겼다. 임소희는 "김수철을 닮고 싶다. 실력은 물론이고 자기관리가 철저하더라. '김수철은 운동에 미쳤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를 실감했다"고 웃었다. 김수철은 오는 4월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김민우와 밴텀급 타이틀을 놓고 겨룬다.

임소희는 이번 대회 계체량에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으로 분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합날도 똑같은 머리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는 "팀포스 쪽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며 "다음 경기에서 할리퀸을 유지할 지, 다른 캐릭터로 가야 할 지 고민"이라고 웃었다.

계체량에서 할리퀸 캐릭터로 분장한 임소희. 사진=로드FC 제공
올해 첫 단추는 잘 꿰맸다. 임소희의 2017년 목표는 뭘까. "다음 경기는 지금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여성부 경기도 화끈하고 재밌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데뷔전의 혹평을 딛고 종합격투기에서 첫 승을 신고한 임소희는 시종일관 '성장'을 말했다.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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