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옛집으로 돌아오면서 첫 일성으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탄핵 불복을 시사한 것을 시작으로 연일 비슷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더구나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등 공당의 중진의원들은 민간인 박 전 대통령의 정무, 법률, 공보 등의 참모 역할을 자처하며 보필에 나섰다.
마치 청와대를 삼성동 집으로 옮겨온 듯한 '삼청대'(삼성동 + 청와대) 정치를 개시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집에 '진지'를 구축하고 '불복 투쟁'에 나선 이유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당면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 등을 겨냥해 '진박(眞朴)'의 정치적 부활을 꾀하려는 목적이다.
14일 오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전용 미용사가 방문하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조만간 모종의 정치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4일 CBS에 출연해 "지금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정렬시켜, 다시 확장시키면 일단은 구 여권 중에서는 가장 경쟁력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삼청대' 정치는 국가의 존립 근거인 헌법을 흔드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1호 당원'인 자유한국당의 처지까지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
한국당 내에선 "지금 일부 친박들의 행위는 명백한 해당 행위"(나경원 의원)라는 징계 요구가 들끓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고자 마중나간 일에 대해 이렇게 매도당하고 비난당하니 세상민심이 야박할 따름"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그 누구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박 전 대통령을 마중하러 나갔던 의원들은 없다"면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서 자원봉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순수한 마음들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변인 격인 민경욱 의원이 지난 12일 날선 목소리로 대독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메시지만 보더라도 '순수한 마음'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이날 당내 회의에서 "국민은 친박, 비박을 넘어 '삼성동계'라는 새 계파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