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저는 '현직에 있는 공직자의 개인 집'을 일컫는 말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머무는 집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인다.
작가 최준영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가 최순실이 사줬다는 삼성동 집으로 돌아갔다"며 "언론에선 그 삼성동 집을 일러 계속해서 '사저'라고 부른다. 왜 하필 사저인가. 역대 어느 대통령의 집에도 붙이지 않았던 사저라는 말을 왜 박근혜의 집에만 붙이는 걸까. '각하'의 부활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좀 찾아보니 조선시대에는 왕자군, 의정, 찬성, 참찬 등 벼슬아치의 집을 일러 사저라 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장관급 이상의 직책을 가진 자의 집을 사저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사저라는 말은 현직에 있는 공직자의 개인 집을 일컫는 말이라는 점이다. 즉, 사저는 관저(官邸, 장관급 이하에겐 '관사官舍')의 상대말"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영은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쫓겨난 박근혜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용어조차 적절한지 논란이 되는 마당에 그의 집에 '사저'라는 말을 붙이는 건 난센스로 보인다"며 "예전 정치지도자에겐 동교동, 상도동 등 그냥 동네 이름을 붙였었고"라고 강조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저'를 찾아보면 '개인의 저택. 또는 고관(高官)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주택을 관저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개인의 저택'이라는 설명의 경우 '저택'이 '규모가 아주 큰 집' '예전에 왕후나 귀족의 집' '[북한어] 어떤 사람을 존경하여 그의 살림집을 이르는 말'을 일컫는 만큼, 사저라는 표현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을 가리키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최준영은 14일 CBS노컷뉴스에 "예를 들어 차관급인 경기도지사가 머무는 곳을 관사라고 부르지, 관저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관저에 대응하는 말로서 사저의 뜻을 유추해 보면 '현직 장관급 이상인 공직자의 개인 집'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일 때는 삼성동 집을 사저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파면 뒤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주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완구가 공식석상에서 (박근혜를) '각하'라고 부르지 않았나.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용어인 각하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면서 사라졌는데, 박근혜 정권 들어 부활한 셈"이라며 "이번에 삼성동에 모인 친박들도 보면 여전히 임금님 대하는 신하들 모습이 보인다. 그것을 언론에서 매번 꼬집었는데, (사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언론도 은연 중에 박근혜의 권위를 내면화시킨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