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의원이 호랑이 목에 걸린 비녀를 빼 주고 그 보답으로 황금을 얻었다거나, 서울 가던 나그네가 목에 걸린 뼈를 빼 주고 그 보답으로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순식간에 서울에 도착했다든지, 가난한 총각이 호랑이 목에 걸린 뼈를 빼 주고 그 보답으로 배우자를 얻었다는 등 내용도 가지가지다.
심지어는 어떤 사람이 호랑이 목에 걸린 뼈를 빼 주고, 죽은 뒤 호랑이의 지시로 명당에 묻히게 된다는 얘기도 있다.
호랑이 목의 가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검찰은 물론 5월 장미 대선이 치러진 뒤 새 정부가 출범해도 '목에 걸린 가시'같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화에서 '호랑이 목 가시 이야기'는 대개 '보답'을 가져다 주는 은혜로운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경우는 '보답'과 거리가 너무 멀고 상당 기간 '골칫덩어리'가 될 것 같아 보통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일찍이 '불복 프레임'에 시동을 걸었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부하고 1월 1일 신년 간담회에서 "최순실씨가 국정 운영을 다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주장하고, 1월 25일 정규재 TV와 인터뷰에서 "누군가 기획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그 연장선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 다음 박 전 대통령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후퇴했다. 지난해 10월 25일 1차 담화에서 "청와대 시스템 완비 후 그만뒀지만 최씨 의견을 들었다"고 자백했고 11월 4일 2차 담화에서는 "수사에서 잘못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나오지 않기로 작정한 것 같다. 검찰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도 삼성동 집안에 칩거한 박 전 대통령을 강제 구인하는 일은 쉽지 않을 듯 하다. '잡범'이라면 모르겠지만 전직 여성 대통령을 방안까지 들어가 끌어내기는 어렵다. 자발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은 한번 들어가면 안나올 정도로 칩거에 능하다.
그 순간이 되면 대선 주자들도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 강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검찰 수뇌부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지지층을 단단하게 다지며 인신 구속을 모면해야 하는 박 전 대통령의 '막가파식' 저항은 '목에 걸린 가시'와 같다.
친박 핵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벌써 바람을 잡고 나섰다. 김 의원은 "민간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는 대선 이후로 연기하고 황교안 권한대행은 법무부에 지시해 이 시건과 관련된 권한을 확실히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박 집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 전 대통령 조사만은 막겠다는 심산이다.
친박과 박 전대통령이 만약 4월 말까지 검찰 수사를 받지 않고 '버티기'에 성공한다면 5월 중순 장미대선으로 당선될 새 대통령은 축하의 꽃다발과 함께 다른 손에는 '가시가 있는 꽃다발'도 함께 안게 된다.
목에 걸린 가시가 됐든, 장미 가시가 됐든 치명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가시 같은 존재'는 거추장스럽고 몹시 불편하다. 새정부는 국정혼란을 종식하고 당장 정치, 경제개혁에 몰두해야 한다. 외교적 현안도 짓누른다. 그 와중에 전직 대통령 처리 문제가 자꾸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박 대통령 문제는 가급적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 검찰의 단호하면서도 현명한 조치가 요구되는 이유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헌재가 8대 0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헌재가 7대 1결정을 내렸다면 박 전 대통령의 '불복 프레임'은 기고만장해졌을 것이다. 탄핵 결정으로 태극기 세력 가운데 일부 극렬 세력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해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