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발령 의혹의 중심에 선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적절한 조치를 건의했고, 사법연구 인사발령이 이뤄졌다고 이 전 대법관은 밝혔다.
이는 직무에서 배제하는 인사 조치다.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인 이 전 대법관은 13일 전국 법관들에게 "법관 여러분의 중지를 모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저를 도와 진상조사에 참여할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이 전 대법관은 오는 17일까지 추천을 받은 뒤 진상조사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조사대상이나 방법 등도 구성된 진상조사단에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이 전 대법관은 밝혔다.
이 전 대법관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절차가 이뤄지기 위한 전제로 아직 사실관계 규명 전이지만, 대법원장에게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건의했다"며 "사법연구 인사발령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법관은 이메일에서 "일련의 사태로 인해 법관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법원이 더욱 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날 이 전 대법관에게 진상조사 전권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현안의 진상규명을 위해 이인복 석좌교수에게 명확한 진상조사를 요청하면서 조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위임했고 이 교수는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날 일선 법원에서는 판사회의가 잇달아 열렸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오후 2시부터 부장판사 회의가, 4시부터는 단독판사 회의가 개최됐다.
동부지법, 서부지법, 춘천지법, 인천지법 등에서도 전체 판사회의나 부장판사 회의, 단독판사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판사는 "사실이라면 굉장히 큰 문제라고 판사들이 인식하고 있다"며 "진상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전문분야연구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달 전국 법관 3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시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 설문조사'가 발단이 됐다.
연구회 소속 이모 판사에게 설문조사 발표가 예정된 학술행사 축소를 임 차장이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판사는 최근 정기인사 때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이 났지만, 임 차장의 지시에 반발하자 원래 소속 법원으로 복귀됐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 차장이 이 판사에게 연락해 연구회 활동과 관련한 지시를 한 적 자체가 없다"며 "이 판사는 부임 전 겸직이 해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최근 "제가 경험한 부분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옳은지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 내부 진상규명 요구가 잇따르자 대법원은 지난 9일 법원장 간담회에서 진상조사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