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위한 첫 격전지로 호남을 선택하면서 당내 대선주자들은 물론 다른 정당의 대선주자들도 이 지사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면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전 대표는 경선에서 강하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본선 경쟁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분노론'을 둘러싸고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다분히 호남에서의 기선 제압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전체 경선 판도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지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과 관련한 논평에서 "이제 적폐청산과 국가개조로 함께 가자"고 말했다.
적폐청산은 문재인·이재명의 적폐청산론과 맥을 같이 하고 안희정의 국론분열을 막기 위한 국민통합론과는 맥이 다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헌재의 탄핵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얼마 전 이 지사는 CBS기자와 만났을 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특정후보 지지여부를 묻는 질문에 "언론을 통해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할 의사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물어보면 인물평 정도는 말할 수 있지만 언론에 지지인물을 말할 성질은 아니다"면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당원으로서, 지사로서, 법적·정치적으로 가능한 일은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시·도지사들도 누구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대선출마를 중도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도와달라고 전화가 왔을 만큼 여러 후보군들이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음은 숨기지 않았다.
이 지사 정무라인 관계자도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민주당내 이른바 빅3 후보군들로부터 서로 자신을 도와달라는 적극적인 지원요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사가 전남도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중립만을 주장할 수만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 해법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호남출신 후보가 각 당의 최종후보로 나서 운명의 대선 레이스에 오를 인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호남민심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말대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만약 이 지사가 직접 또는 정무라인을 가동해 특정후보를 지원하고 나선다면 호남의 경선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지사는 59.1%의 긍정평가로 지난달보다 2계단 오른 2위를 기록할 만큼 이 지사의 인기는 탄탄하다.
국민의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전남지역을 거의 포진해 있는 가운데 도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이 지사가 전남지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민주당의 호남 교두보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 지사는 탄핵 결정이 있던 날 오후에 논평을 낸 후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 일정으로 전남의 친환경 농수산물을 통한 중국 육아산업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방문길에 나선 것도 도정 위한 그의 의지를 읽히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시도지사 5∼6명이 대선후보 출마를 기웃거리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이를 접거나 아직도 대선 후보군에 휩쓸려 있을 때도 이 지사는 휘둘리지 않고 전남도정에 전념했다.
국회의원 4선 출신인 이 지사 주변에서 "호남출신의 대선후보가 필요하다"며 이 지사의 출마를 꾸준히 종용했지만 이 지사는 지난해 연말 일찌감치 차기 대선 불출마를 공식화 했었다.
즉 좌고우면 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이 지사에게 대선 후보군들이 지원을 받기위해 여러 제안을 할 수도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지사가 역대 대선 때 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 호남 국무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 발탁 등의 솔깃한 제안을 받을 수 있지만 이제 개인의 영예보다는 큰 그림의 호남발전을 가져올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자문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4.13 국회의원 총선 때 전남에서는 민주당에서 담양·함평·영광·장성군의 이개호 의원 1명 만이 당선됐을 뿐 국민의당이 싹쓸이 하다시피 하면서 전남은 거의 민주당의 불모지가 됐었다.
호남은 국회의원 의석 28석 중 국민의당이 23석을 차지할 만큼 당시 호남민심은 민주당을떠나 있었으나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에서 두 당의 지지도가 역전현상을 보일만큼 민주당의 지지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 같은 지지세가 대선일 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전남에서 이개호 의원 선거구를 제외한 모든 선거구에서 원외 위원장을 두고 있어 현역 국회의원들이 수성 상태인 국민의당에 비해 조직에서 열세 일 수가 있기 때문에 이 지사의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태이다.
이제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첫 ARS투표는 오는 25일, 전국 순회투표는 오는 27일 호남경선을 시작으로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 전체 대선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지사가 이번 민주당 호남경선에서 막판까지 철저하게 중립을 유지할지 아니면 특정후보 지원에 나설지 정치적 계산에 귀추가 주목된다. 위험부담은 큰 만큼 성공하면 반사적 이익도 크지만 실패하면 정치생명을 담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