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서 김 전 차관은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해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하고, 선수단 에이전트로 최씨 소유의 더블루K를 연결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김 전 차관은 "저도 굉장히 속죄하는 마음"이라며 "최씨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서 쉽게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GKL 말을 듣고 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면서 "생각해보면 제가 안전장치가 아니었나, 이용당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누구로부터 이용당했다는 건가'라는 안 전 수석 변호인의 질문에 "대통령과 최순실"이라고 대답했다.
안 전 수석이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소개하는 자리에 나간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한스럽게 생각한다"며 "최씨와 연루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드리고 싶고 침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신문에서도 "이렇게 크게 국정농단 일부 됐던 거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인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전 차관은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승마협회를 맡은 이후 두세 달에 한 번씩 먼저 연락해 정씨 지원을 설명해 주는 자리가 있었다"며 그때 삼성이 정씨를 지원하고 있구나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삼성에 지원해주라고 하고 최씨와 연결된다는 것을 삼성으로부터 들어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도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삼성에 요구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의 영재센터 1차 후원금 지급 당시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으로부터 이를 들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최씨에게 영재센터 얘기를 들었을 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뜻이 같고, 최씨가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쳐 삼성에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