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민주 (촛불집회 127회 참여 시민)
◆ 이민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127번?
◆ 이민주> 네. (웃음)
◇ 김현정> 아니, 주말 촛불집회는 이거 다 해 봤자 20번 밖에 안 되잖아요?
◆ 이민주> 평일 집회도 매일 있었어요.
◇ 김현정> 아, 평일 집회에도 다 가신 거예요?
◆ 이민주> 네. 10월 29일 그 이전부터 다녔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태블릿PC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가기 시작해서 마지막 언제까지 다니셨어요?
◆ 이민주> 지난 토요일까지 나갔죠.
◇ 김현정> 몇 번 빠지셨어요? 그럼. 빠진 걸 찾는 게 낫겠는데요?
◆ 이민주> 빠진 거 몇 번 안 되죠. 몇 번, 한 이틀? 3, 4일 됐나?
◆ 이민주> 전혀 아니에요.
◇ 김현정> 그러면 뭐하시는 분이세요?
◆ 이민주> 그냥 정규직... 이죠.
◇ 김현정> 그냥 회사원? 평범한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 이민주> 네. 그냥 월급쟁이죠. (웃음)
◇ 김현정> 월급쟁이? 가족은 어떻게 되세요?
◆ 이민주> 대학원생 딸하고 그다음에 직장인 딸. 그다음에 남편, 저 이렇게 되어 있죠.
◇ 김현정>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서 다들 출근시키고 그러고 출근하신 다음에 낮에 일하고퇴근하면 촛불집회를 가신 거예요?
◆ 이민주> 당연하죠.
◇ 김현정> 당연하죠라고 하셨는데 이게 보통 시민들한테 당연한 일은 아니에요.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개인사도 있고 저녁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있는데 그걸 다 참아가면서 촛불집회를 나간다, 퇴근 후의 삶을? 쉬운 일은 아닌데요.
◆ 이민주> 저는 가족들한테 이번에는 꼭 다녀야 되겠다, 나 독립 운동하는 마음으로 나가니까 날 이해 해 달라했어요. 왜냐하면 태블릿PC 이런 거 나오고 나서 굉장히 우울했었거든요. 가족들이 많이 이해를 해 줬습니다. 그리고 가족들도 많이 동참을 해줘서요.
◇ 김현정> 그러면 가족 누구누구 같이 이렇게 다니셨어요?
◆ 이민주> 매일같이 같이 가지는 않았지만 딸들도 나왔었고, 저를 응원해 주려고. 남편도 나왔었고 그다음에 저희 80되신 친정어머니가 계시는데 친정 어머니하고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같이 다녔어요.
◇ 김현정> 아니, 팔순의 노모를 일주일에 서너 번을 모시고 가셨어요, 촛불집회에?
◆ 이민주> 네.
◆ 이민주> 저는 김진태 의원께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하셨잖아요.
◇ 김현정> 그런 얘기 했었죠.
◆ 이민주> 그래서 오히려 더 꺼지면 안 되겠구나, 생각을 하고 크리스마스나 신정 때는 집행부에서 마이크 시설 이런 거 안 해 주거든요.
◇ 김현정> 공식 촛불집회 없었잖아요. 크리스마스에는.
◆ 이민주> 네. 신정 때도 없었고요. 그래서 집회 없는 날 그냥 나가서 음향 시설도 없이 주변 사람들하고 작은 집회를 열었죠. 촛불 꺼지지 않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웃음)
◇ 김현정> 안 꺼진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하루라도 빠지면 안 된다 싶어서, 공식행사 없는 날도 가신거예요?
◆ 이민주> 페이스북 이런 걸 안 하니까 페이스북 하시는 분은 이걸 좀 찍어가지고 알려주세요. 오늘도 촛불집회는 열렸다, 이렇게 제가 부탁도 드렸죠. 참 우습죠. (웃음)
◇ 김현정> 아니, 우스운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되나요. 전율이 오는 느낌? 독립 운동하는 마음, 민주주의를 지켜야겠다는 그 마음으로 평범한 시민이, 심지어는 팔순 어르신을 모시고 나갔다 생각하니까...
◆ 이민주> 직장 갔다 오면 거기 되게 힘들거든요, 시간 맞추기가.
◇ 김현정> 그럼요. 세상에. 참 그렇게 열심히 촛불을 드셨는데 결국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결정이 났습니다. 이걸 보면서는 기분이 어떠시던가요?
◆ 이민주> 저는 사실 탄핵의 순간 제대로 느끼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TV도 보지 못하고 직장에서 일하느라고.
◇ 김현정> 아, 직장에서 일하셨어요. 평범한 직장인들은 사실 낮에 보기가 쉽지 않죠.
◆ 이민주> 그럼요. TV 어디 켜놓지도 않죠. 그러니까 TV를 못 봤으니까 핸드폰 보고 이제 됐다는 걸 알았는데요.
◇ 김현정> 기쁘시던가요, 듣고는?
◆ 이민주> 아니요. 이상하게 환호도 나오지 않고요. 그냥 이게 또 믿겨지지가 않았어요, 사실. 그래서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는데 굉장히 덤덤하고 ‘야호!’라는 소리도 못 냈었어요.
◇ 김현정> 말하자면 만감이 교차하는.
◆ 이민주> 정말 너무 비참했죠.
◇ 김현정> ‘야호 소리가 안 나오더라.’ 이 말이 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제 박 대통령의 파면과 함께 촛불집회도 공식적으로는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러면 평일 저녁, 주말 저녁 어떻게 보낼 생각이세요.
◆ 이민주> 왜냐하면 저는 직장 회식도 한 번도 못 갔거든요, 다. 촛불 집회 가야 되니까 이해해달라고 했어요.
◇ 김현정> 직장에서 이해하세요, 그 회식 다 빠지는 거?
◆ 이민주> 그냥 우울해서 맨 처음에 이야기도 안 했으니까. 그러니까 저 사람은 너무나 이 상황을 못 견뎌하는구나라고 이해를 해 주시고, 그래서 회식 지난주에 사실 잡았어요.
◇ 김현정> 이제 회식 가시는 거예요?
◆ 이민주> 이번 주에는 분명히 결정이 날 테니까 이번주 수요일에 직장 회식 하면 어떻겠느냐 그래서, 저는 네, 이번에는 분명히 갈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수요일날 직장 회식에 참여하고요. 평일에 외식도 할 거예요.
◇ 김현정>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직장 회식에도 참여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 이민주 씨 고생 많이 하셨고요, 그 동안. 이제 생활 속에서 그 민주주의의 정신 이어가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민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이민주> 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밝은 분이네요. 밝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촛불집회 127회 최다 참가했던 평범한 시민 한 분 이민주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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