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표팀은 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자를 배출해냈다. 반면 여자 대표팀은 3회 연속 종합 우승자 배출이 아쉽게 무산됐다.
남자부 서이라(화성시청)는 13일(한국 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이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1년 신다운(서울시청)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남자 1000m 결승에서 서이라는 1분25초550로 헝가리의 류사오앙(1분25초732)을 0.182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3000m 슈퍼파이널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500m, 1500m 동메달을 따냈던 서이라는 랭킹 포인트 81로 슈퍼파이널 우승을 거둔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를 8점 차로 제쳐 종합 우승을 확정했다.
당초 남자 대표팀은 전날 1500m 정상에 오른 신다운도 종합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슈퍼파이널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신다운은 레이스 도중 크네흐트를 밀었다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됐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남자 선수들의 상승세는 완연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 안현수(현 러시아명 빅토르 안), 2010년 밴쿠버올림픽 2관왕 이정수(고양시청)을 배출한 남자팀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노 메달'의 시련을 맞았다. 금메달 2개를 따낸 여자팀과 대비됐고, 이후 국제대회에서도 밀리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남자팀은 평창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맏형 이정수는 비록 이번 대회 종합 14위에 그쳤지만 올 시즌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재기를 알렸다.
서이라는 지난달 삿포로아시안게임 1000m 금메달을 따낸 상승세를 몰아 생애 첫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소치의 아픔을 겪은 신다운은 내년 평창올림픽을 벼르고 있다.
심석희는 이날 3000m 슈퍼파이널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키긴 했다. 그러나 주종목인 1500m에서 동메달로 우승이 무산됐고, 1000m와 500m에서는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2014년 이후 3년 만의 종합 1위를 노렸지만 최종 3위에 머물렀다.
2015, 2016년 우승자인 최민정은 개인 종합에서 4위에 오른 김지유(화정고)보다 낮은 6위에 머물렀다. 1500m 결승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안은 최민정은 500m, 1000m에서는 잇따라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민정은 3000m 슈퍼파이널에서도 최하위에 그쳤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랭킹 포인트 89점으로 생애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마리안 생젤레(캐나다)가 2위에 올랐다.
다만 가장 중요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점에서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이번 대회 중계 해설을 맡은 안상미 SBS 해설위원도 "한국 선수들이 유독 불리한 판정을 받는다"고 지적하면서도 "내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철저히 대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 대표팀이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도 방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실력 외적인 부분까지 철저히 신경을 써야 최강의 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일단 서이라와 심석희가 한국 선수 중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거두며 평창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냈다. 나머지 선수들은 오는 4월 국가대표 1, 2차 선발전에서 올림픽행을 결정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