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불복 시사' 일파만파…'통합' 대신 '반목' 조장

자유한국당은 침묵, 나머지 4당 "충격·허망·오만방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인용 사흘만인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퇴거해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일파만파 파장을 낳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8대0' 파면 선고에 엄청난 충격을 받긴 했지만 며칠 침잠의 시간을 보낸 뒤에는 헌재 결정 승복과 국민통합을 당부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속으로는 자신에 적용된 혐의를 부인하고 헌재 결정에 불복하더라도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지켜 작으나마 위로의 메시지를 보낼 것이란 기대였다.

박 전 대통령이 처한 현재 상황을 볼 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동정론을 불러일으키고 최소한의 체통과 위신을 지킬 수 있다는 상식적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10일 파면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상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띤 채 집 대문 입구에서 9분 가까이 머물며 친박계 의원 등 지지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과시했다.

그는 특히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해 사실상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을 선언했다.

메시지 전달 방법도 문제였다. 이미 자연인으로 신분 전환이 된 마당에 전 청와대 대변인이자 현 자유한국당 의원(민경욱)에게 대신 읽도록 한 것이다.

기존 야당은 충격적(민주당), 허망(국민의당), 오만방자(정의당), 유감(바른정당) 등의 단어를 동원해가며 맹비판을 가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한 지 사흘째인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박사모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탄핵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탄핵 결정 이후 '통합'을 강조해 온 대선주자들마저 머쓱하게 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문란 사태"라고 지적했고,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탄핵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있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오늘 또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대적으로 적폐청산을 강조해온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박 전 대통령)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계속 싸워야 할 명분을 주었다"며 "잘못을 저지른데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진정한 통합을 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기존 범여권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입장표명을 자제했고,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한 부분도 오해의 소지가 크다.

어찌됐든 탄핵된 대통령으로서 그 핵심 이유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오로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점만을 사과한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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