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인생 첫 좌절' 박지수의 절치부심 "내년엔 MVP-챔피언"

'내년엔 기필코 챔프전에서...' 국민은행 슈퍼루키 박지수는 올 시즌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더블더블 기록으로 신인왕까지 안았지만 아쉽게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무산됐다. 사진은 12일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고아라의 수비 속에 골밑을 향하는 모습.(청주=WKBL)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초대형 신인의 데뷔 시즌이 마무리됐다. 부상으로 뒤늦게 코트를 밟았고,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지만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역시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청주 국민은행 센터 박지수(19 · 193cm) 얘기다. 박지수는 12일 충북 청주실내체육관 홈에서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PO) 2차전이었다.

이날 박지수는 양 팀 최다 14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골밑을 지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지수는 6개의 야투 중 5개를 넣었지만 이날 팀의 3점슛은 17개 중 2개만 림을 통과했다. 18개 중 7개를 넣은 삼성생명과 외곽 싸움에서 지면서 59-74로 졌다. 박지수도 이날 실책을 7개나 범하면서 2연패를 안았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박지수는 지난 10일 1차전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PO 데뷔전이었지만 16점 10리바운드 6블록슛 2스틸로 활약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박지수의 골밑 존재감은 대단했다. 적장이던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도 "박지수는 어떻게 막든 자기 기록은 해내는 선수"라고 인정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박지수의 첫 시즌은 막을 내렸다. 부상으로 정규리그 35경기의 절반이 조금 넘는 22경기만 뛴 박지수는 10.4점, 10.3리바운드, 2.2블록슛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기준에 못 미쳐 기록상은 받지 못했으나 생애 한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박지수가 신인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는 모습.(자료사진=WKBL)
이 정도면 칭찬을 줄 만도 하지만 본인은 아쉬움 속에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박지수는 이날 경기 뒤 시내 모 고깃집에서 열린 납회식에서 "올 시즌 내 자신에 대한 점수는 65~70점"이라고 박하게 자평했다.

부상도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지수는 "시즌 전부터 나에 대한 주위의 기대감이 컸다"면서 "부상으로 늦었지만 합류했는데도 팀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건가' 자책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에서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섰다. 박지수는 "정미란, 강아정 등 언니들이 많이 위로를 해줬다"면서 "특히 가드 심성영 언니는 '내가 패스를 잘해주지 못했다'고 오히려 미안해 하더라"고 선배들의 따뜻한 배려를 언급했다. 이어 "언니들이 네가 원하는 대로 마음 편하게 농구를 하라고 조언해줘서 그래도 이겨냈고, 신인왕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특히 농구를 시작하고 우승을 하지 못한 시즌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박지수는 "사실 중, 고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면서 거의 매해 차지했던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언니들과 함께 열심히 했는데 챔피언결정전에 갔다면 최고의 시즌이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진한 여운이 남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대로 안 되네요' 국민은행 박지수가 12일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코트에 넘어져 힘겨운 표정을 짓는 모습.(청주=WKBL)
데뷔 시즌 배운 점도 많았다. 박지수는 "사실 고교 때까지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농구만 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막을 선수가 거의 없어 자기 뜻대로 농구가 풀릴 수밖에 없었다. 박지수는 "그러나 프로에 와서는 힘이 들었다"면서 "특히 자주 넘어지는데 근력을 키워서 버티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덕수 국민은행 감독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다음 시즌 목표는 정해졌다. 박지수는 구체적인 목표를 묻자 "20-20을 해보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시즌 평균 20점-20리바운드를 하겠다는 뜻. 사실 시즌을 마무리하는 납회식인 까닭에 국민은행은 신홍섭 선수단장과 안 감독 이하 선수단이 후련하게 건배를 하며 다소 술기운이 얼근했던 상황.

이에 취재진이 "20-20은 달성하기 좀 어려운 수치 아니냐"고 짐짓 걱정하자 안 감독이 나서서 "15-15 정도로 낮추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둘은 "그래도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며 20-20을 고수했다. 안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우승하고 납회식을 하고 싶다"는 바람까지 드러냈다.

이후 박지수는 "올 시즌에는 신인왕을 탔으니 다음 시즌에는 MVP를 해보겠다"는 다부진 포부까지 드러냈다. "아까 말한 20-20도 힘든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박지수는 "신인인데 이런 패기는 있어야죠"라며 밝게 웃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짊어질 대들보의 데뷔 시즌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만큼 더 큰 목표와 희망도 안겨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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