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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민주주의를 봤다" 촛불 앞에 선 사람들 (계속) |
촛불의 한 가운데 섰던 조혜진(40) 씨는 시국에서 조직을 담당했고,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을 맡고 있다.
"촛불집회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사실 피똥을 싼 날들도 있었어요."
촛불행진의 선두에서 앙칼진 목소리로 구호를 외친 조 씨는 항상 힘든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촛불 광장에만 나서면 거짓말인 듯 기운이 솟았다고 한다.
4개월 촛불 장정 중 조 씨의 뇌리에 아직까지 박혀 있는 것은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어린 학생들이었다.
조 씨는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촛불집회를 열었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우리 생각 이상으로 참여하고 분노하며 발언하는 학생들을 보며 뿌듯했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전국에서 모이는 촛불을 보며 사는 동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했다"며 "제 평생소원 중 하나가 이뤄져 다행이다. 이제 제대로 된 나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박 씨는 세월호와 백남기 농민 사건을 거치며 무력감과 패배감에 빠지기도 했던 날들을 날린 건 시민들이 만들어 낸 촛불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의 기억 속 촛불집회 최고의 장면은 첫 서울 집중 집회가 열린 2016년 11월 12일이다.
당시 전북비상시국회의는 큰 기대 없이 상징적 의미로 전주풍남문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열었고 예상과 달리 1500여 명의 시민이 몰리면서 광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걷잡을 수 없는 파도와 같은 시민의 요구와 힘이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이끌어 대통령 탄핵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 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우리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싸운 것이었다"며 "노동과 농업, 탈핵 등 그간 남의 문제라 생각한 것들이 촛불광장에서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조 씨와 박 씨는 시민혁명을 이끈 촛불집회가 평생의 기억으로 간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연 놀라운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