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은 소방규정도 아닌 여러가지 핑계로 한국 기업 사무실을 폐쇄하는가 하면. 학교까지 동원해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 등 롯데계열사의 실제 영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롯데는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현지 언론과 소비자단체로부터 '결정타'를 맞지 않을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 이미 영업정지 등으로 수 백억원 손실
롯데는 이달 들어 불과 열흘 여만에 중국 사업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유통계열사 롯데마트가 집중 표적이 됐다. 중국 당국이 사소한 소방 시설기준 위반을 이유로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중단 처분을 남발하더니, 결국 지난 8일 기준으로 문을 닫은 롯데마트 수(55개)가 전체 중국 롯데마트(99개)의 절반을 넘어섰다.
55개 점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약 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롯데마트 중국 현지 매출이 1조1천290억 원, 한 달에 940억 원꼴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55개 점/99개 점)이 없어진다고 가정한 계산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피해가 더 크다.
영업정지 한 달까지는 중국 현지인 직원들에게 기존 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
롯데마트 중국 점포 1개당 평균 120명 정도의 중국 현지인을 고용하고, 이들 1인당 평균 임금이 한화 70만 원 수준인 만큼 앞으로 한 달간 매출은 500억 원 넘게 줄어도 6천600명에게 46억2천만 원(120명×55개 점×70만 원)의 인건비가 그대로 나간다는 얘기다.
더구나 중국 당국의 '롯데 때리기'는 유통 부문에서 제조 부문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국 상하이 소재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은 지난 6일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을 거쳤고, 그 결과 다음 달 6일까지 한 달 동안 '생산 중단' 명령을 받았다.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은 미국 허쉬와 롯데제과의 합작법인으로, 주로 초콜릿을생산하는 업체다.
중국 당국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와 기업들의 반한(反韓), 반(反)롯데 감정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달 초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시의 신정완쟈스다이 광장에서는 중국인들이 롯데의 소주(처음처럼)와 음료를 박스 채로 쌓아두고 중장비로 파괴하는 '과격 시위'가 벌어졌고, 중국 현지 업체들은 속속 "롯데와 거래하지 말라"고 내부 지침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현지 SNS에 공개된 '북신집단건재유한공사'라는 회사의 공문에는 "2월 27일 롯데가 한국군과 사드부지 협약을 맺었고, 그 때문에 중국이 위협에 놓였다. 그래서 롯데와 일하는 것을 제한하고, 롯데의 상품 구매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 15일 대대적 '불매운동' 번지면 롯데 中 유통 마비…선양 프로젝트도 차질
문제는 앞으로 롯데가 더 큰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업정지를 받은 사업장 외에도 롯데의 상당수 중국 현지 사무소, 매장, 생산시설, 건설현장 등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소방, 위생 등 각종 점검을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며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질 경우, 영업이 중단되는 롯데의 중국 사업장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롯데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 전후로 언론 등에 롯데의 상품·서비스 불만 사례가 대대적으로 거론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는 공포의 대상이다.
재계와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사실을 집중 조명하는데, 최근 수년째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완후이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예를 들어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집중 조명됐고, 앞서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돼 진땀을 흘렸다.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비판받았고, 지난해의 경우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외국산 아동용품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상품의 주요 원산지로 태국, 독일, 미국, 터키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됐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의 날 롯데 관련 방송이 이뤄지는지 등을 중국 본사(헤드쿼터)가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뚜렷하게 정보가 수집된 것은 없지만, 거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소비자의 날 악의적 보도 등과 함께 '롯데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거나 중국 내 반롯데 감정이 거세질 경우 과거 '티베트 독립 지지' 논란으로 프랑스 까르푸가 중국에서 홍역을 치렀듯, 롯데도 심각한 영업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을 봤는데, 불매운동과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롯데 유통 부문의 중국 사업은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당장 영업정지 롯데마트 수는 전체의 70% 이상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소방·시설 점검 후 지난해 12월부터 중단된 '롯데월드 선양(瀋陽)'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롯데 관계자는 "원래 겨울에는 혹한 탓에 선양 현지 공사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공사중지 처분의 영향이 없지만, 이제 봄부터는 다시 공사가 재개돼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 공사 중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