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로서는 '정신적 구심점'을 잃어버린 데 따른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반발하는 것은 탄핵 결정에 불복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검의 수사나 언론의 보도 중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게 많았고 억울한 점도 많았다"며 "불만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성격의 집회에 참여한다면 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불복을 선동하는 일밖에 더 되겠느냐"면서 당분간 관련 집회에 나갈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도 전날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을 지켜본 뒤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는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김영삼·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셨는데 김 전 대통령도 IMF 외환위기라서 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끝까지 꿋꿋하게 모셨다. 박 전 대통령이 나오시더라도 끝까지 도리를 지키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 의원이 통화에서 전했다.
또 다른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의 결단은 존중하지만 '여론재판'이 존중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 다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노골적으로 헌재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조원진 의원은 전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헌재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뒤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시도했다.
조 의원을비롯해 윤상현·김진태·박대출 의원과 김문수 비대위원 등은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열릴 태극기 집회에도 참여해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인용 결정 후 처음 열리는 이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여권 인사 수는 평소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집회에 참여했던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이우현·전희경 의원 등은 집회에 불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