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탄핵 파면된 것이다.
이날 선고와 동시에 그동안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의 전직 대통령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박 전 대통령은 탄핵 파면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날 헌재가 밝힌 핵심적인 탄핵 사유는 '은폐와 훼손'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을 철저히 은폐했고, 검찰과 특검 수사 회피는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등으로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취임 선서를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데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결정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과 헌재의 탄핵 파면 결정은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교훈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어둠은 빛을 가릴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자,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숭고한 가치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갈등을 야기하는 진영 논리에 따른 이분법적 시각은 지양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진보의 승리도 보수의 패배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정상(非正常)에 대한 정상(正常)의 승리요, 정의와 진실 앞에 굴복한 거짓과 가짜의 패배일 뿐이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4대 대통령 제임스 메디슨은 "갈등은 제거될 수 없고 오직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상대방을 적(敵)이 아니라 나름의 관점을 가진 반대자로 인정하면서 민주적 절차인 선거와 투표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즉,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잘못을 경계해야 한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그동안 뜨거운 가슴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였다면 이제는 차가운 이성을 회복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봄은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