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새로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특히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부터 헌법재판소 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오늘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판결로 대통령 파면이 확정됐다"며 "이 엄중한 결과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는 겸허히 받아들어야 한다"며 헌재의 판단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정치권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정 의장은 "탄핵 사태는 대통령 개인과 측근의 문제를 넘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체제 문제와 허약한 정당정치, 당리당략을 앞세운 비타협주의와 승자독식 등 정치권이 묵인해 온 제도와 관습이 적폐를 키우는 온상이 되어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정치권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하고 정치가 탄핵되었다는 심정으로 정치개혁에 매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의 불확실성은 해소되었지만 일정기간 국정공백은 피할 길이 없다"며 "국회와 정부는 국정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고 당면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은 부끄러운 과거와의 결별이고, 권위주의와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적폐 청산은 시대적 요구"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고 우리 모두는 변화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돼야한다"고 요구했다.
탄핵국면으로 분열된 사회를 이제는 통합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와 외교,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어느 때보다 국민의 지혜와 하나 된 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작은 차이와 이견을 극복하고 소통과 합의를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고 치르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공정하고 차분한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