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판정의 방청석에서 한 시민은 충격을 받은 듯 '워' 하는 짧은 탄식을 내뱉았다.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당시와 같은 소란은 더 이상 없었다.
이 권한대행은 전혀 흔들림 없이 일부 재판관들의 보충의견을 읽어나갔다.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지만 성실한 직책수행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 다만 이런 사유로 파면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파면 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한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 측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 등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이들을 비롯해 국회 측 일부 인사들은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듯 재판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압감 탓인지 대심판정에는 대체로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이런 분위기는 이 권한대행이 주문 낭독을 끝낼 때까지 이어졌다.
권성동 위원장은 탄핵정국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권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 모두가 승리했고, 패배했다"며 "탄핵과정에서 분출된 국민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하나가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