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은 출범 자체가 탄핵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창당됐다.
이들은 지난 1월 24일 창당에 앞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연일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탄핵안은 헌법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의원들의 찬성이 필요했다. 당시 야권과 무소속 등 '탄핵 찬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의 총합은 172명이었다. '매직넘버' 28석의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탈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었다.
탄핵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막상 뚜껑이 열린 표결 결과는 놀라웠다. 탄핵 찬성표는 234표였다. 최소 62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탈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탄핵 가결로 당론이 분열된 새누리당에서 29명이 탈당을 감행했다. 미리 탈당했던 김용태 의원과 1차 탈당 이후 박순자, 홍철호 의원 등이 2차로 합류한 결과, 32석의 현재 의석수가 구성됐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70~80%에 이르는 탄핵 찬성 민심의 수혜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5%의 지지율로 원내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4%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초라한 바른정당의 현재 모습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이끌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에 지나치게 치중한 결과, 반 총장의 낙마로 인해 추가 탈당이 가로막혔다. 선거연령과 공수처 등 개혁입법에 반대한 결과 새누리당과의 차별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박 대통령 탄핵에 의한 한국당의 추가 이탈 외에 별로 기대할 것이 남지 않은 처지가 됐다.
탄핵 직전까지 바른정당은 추가 탈당 기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 정병국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이 결정되기 전까진 어떤 입장도 내놓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내부에는 내심 큰 기대감이 존재한다. 핵심 당직자는 "한국당에 5~6명의 확실한 추가 탈당 의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에 찬성했으면서 탈당하지 않은 30명 안팎의 의원들이 합류하길 바라고 있다.
탄핵 이후 범(凡)보수 주자들의 명암도 갈릴 가능성이 있다. 우선 현재 여권 내 지지율 1위인 황교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경우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출마 명분에 있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더해 '박근혜 정부 2인자'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때문에 한국당에선 홍준표 경남지사 등 탄핵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탄핵을 주도했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경우 보수층의 '탈(脫) 한국당' 기류를 흡수해 지지율 반등을 노려볼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