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9일 가결 정족수 200명을 훌쩍 뛰어넘는 234명의 찬성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100만여 광화문 촛불의 '의지'를 여야 정치권이 담아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1호 당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새누리당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12월 16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거부하면서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비박계는 27일 탈당을 전격 감행,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보수 정당 최초의 분당(分黨)사태가 벌어지면서 국회는 26년만에 4당 체제로 재편됐다.
바른정당의 창당으로 원내 2당으로 강등된 새누리당은 당을 수습할 외부 인사로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에 내정했다.
같은 달 29일 전국위원회 만장일치로 추인된 인 위원장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핵심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을 단행하며 박근혜 대통령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정현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의원 40여명이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위임하는 백지 위임장을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1월 20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 윤상현 의원에게 각각 당원권 정지 3년, 윤상현 의원은 1년 정지 결정을 내리고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개정하면서 인적 청산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21일 공식 수사를 개시한 박영수 특검과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도 국정농단 실체를 밝히기 위한 청문회가 진행됐다.
총 7차례 진행된 청문회에는 5공 청문회 이후 28년만에 대기업 총수 8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고 선언했고, 전경련 탈퇴도 약속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재벌간의 주고받기식 검은 커넥션의 실체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1월 5일 청문회에서는 청와대 내부에서 박 대통령이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 기관보고 증인으로 출석한 이선우 의무실장은 미용 주사를 대통령에게 처방했냐는 장제원 의원의 추궁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직원들을 위해 미용 주사를 구입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1월 9일 열린 마지막 청문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부인해왔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끈질긴 추궁 끝에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실체를 인정했다.
조윤선 전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를 작성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달 7일 특검에 구속됐다.
특검과 헌재에서 국정농단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조사가 숨가쁘게 이어졌지만 박 대통령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월 25일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9번째 변론에서 "늦어도 3월 13일까지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며 선고 날짜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날 저녁 박 대통령은 보수 인터넷매체인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탄핵 소추안 의결 후 60여일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진행과정을 추적을 해보면, 뭔가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탄핵소추를 초래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반대 세력에 의해 기획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특검 연장안 거부와 국회 차원의 연장 개정안 직권상정도 물거품이 되면서 세월호 7시간 의혹 해명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2월 27일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평의에 돌입한 헌재는 지난 8일 선고기일을 공표하고 10일 탄핵 결과를 발표하면서 숨가쁘게 달려왔던 탄핵 열차는 92일만에 종착역에 이르렀다.